“You going to be OK getting home, Eleanor?” he said. “Oh yes,” I said, “I’ll walk—it’s such a beautiful evening, and it’s still light.”
“집에 잘 들어갈 수 있겠어요, 에리너?” 그가 물었다. “그럼,” 내가 대답했다. “걸어갈 걸세. 저녁 공기가 아주 아름다운 데다 아직 밝으니까.”
레이먼드, 그렇게 급하게 가면서도 에리너 걱정은 해주는 스윗함(?)이 있네. 그런데 에리너 대답이 의외로 낭만적이야. 'Beautiful evening'이라니! 에리너가 세상과 조금씩 화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니? 'Still light(여전히 밝다)'라는 말에서 혼자 걷는 것에 대한 에리너만의 안도감도 느껴져.
“Right then, I’ll see you on Monday,” he said. “Enjoy the rest of your weekend.” He turned to leave.
“그럼 월요일에 보세.” 그가 말했다. “남은 주말 잘 보내게.” 그는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짧고 굵은 작별 인사! 레이먼드는 맥주 사러 떠나고, 에리너에겐 평화로운(?) 주말이 남았어. 'Enjoy the rest of your weekend'는 직장 동료끼리 금요일 퇴근하며 나누는 아주 표준적인 인사지. 에리너도 이제 이런 '사회적 인사'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왠지 대견하지 않니?
“Raymond, wait!” I said. He turned back toward me, smiling. “What is it, Eleanor?”
“레이먼드, 기다리게!” 내가 불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돌아섰다. “왜 그래요, 에리너?”
레이먼드가 막 떠나려는데 에리너가 그를 불러 세웠어. 레이먼드는 아마 에리너가 아까 나눴던 심도 있는 대화에 대해 감동적인 뒷북이라도 칠 줄 알고 아주 '스윗'하게 웃으며 돌아봤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알지, 에리너의 머릿속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걸!
“The Guinness, Raymond. It was three pounds fifty.” He stared at me.
“기네스 값 말일세, 레이먼드. 3파운드 50펜스였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 이 분위기 어쩔 거야! 레이먼드의 로맨틱할 뻔한 미소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에리너의 한마디, 바로 '술값 청구'야. 아까 자기가 샀던 기네스 맥주 가격을 펜스 단위까지 정확하게 기억해서 말하는 에리너의 철저함! 에리너에겐 우정보다 정산이 먼저인가 봐. 레이먼드의 멍한 시선(stared at me)이 모든 걸 말해주지?
“It’s OK,” I said, “there’s no rush. You can give it to me on Monday, if that’s easier.”
“괜찮네.” 내가 말했다. “서두를 건 없어. 그게 더 편하다면 월요일에 주게나.”
에리너는 지금 자기가 아주 관대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월요일에 줘도 된다'니! 하지만 레이먼드 입장에선 지금 이 순간 그 말을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을 텐데 말이야. 에리너의 논리 회로는 '정산은 정확해야 하지만, 시기는 조절해 줄 수 있다'는 아주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나 봐.
He counted out four pound coins and put them on the table. “Keep the change,” he said, and walked off.
그는 1파운드 동전 네 개를 세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거스름돈은 가져요.” 그가 말하고는 떠나버렸다.
레이먼드도 참다못해 동전 네 개를 딱! 던져주네. 3.5파운드 갚으라니까 4파운드 주고 거스름돈은 팁으로(?) 줘버린 거야. 'Keep the change'라는 말 뒤에 바로 가버리는(walked off) 동작에서 레이먼드의 헛웃음 섞인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니? 좋은 분위기 다 망친 에리너에게 보내는 레이먼드식의 소심한 복수일지도 몰라.
Extravagant! I put the money in my purse, and finished my Magners.
낭비벽이 심하군! 나는 돈을 지갑에 넣고 매그너스를 마저 마셨다.
에리너 반응 좀 봐! 50펜스 더 줬다고 'Extravagant!(낭비벽이 심하군!)'라며 혀를 끌끌 차고 있어. 에리너에게 50펜스는 거금인가 봐. 레이먼드는 황당해서 가버렸는데 에리너는 그 돈을 또 알뜰하게 챙겨서(put the money in my purse) 남은 술을 음미하고 있어. 정말 못 말리는 마이웨이지?
Emboldened by the apples, I decided to take a detour on the way home. Yes. Why not? It was time for a spot of reconnaissance.
사과주 덕분에 용기가 솟은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우회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안 될 게 뭔가? 정찰을 좀 해볼 때가 되었다.
여기서 'Apples'는 에리너가 마신 사과주(Magners)를 말해. 술기운이 살짝 올라오니까 갑자기 용기가 생겼나 봐(Emboldened). 집에 바로 안 가고 'Detour(우회)'해서 어디론가 가려는데, 그 목적이 'Reconnaissance(정찰)'래. 에리너는 짝사랑하는 남자의 집을 확인하러 가는 걸 무슨 군사 작전처럼 표현하고 있어. 술기운과 엉뚱함이 만난 아주 위험한(?) 결단이지!
There is no such thing as hell, of course, but if there was, then the sound track to the screaming,
물론 지옥 같은 것은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비명 소리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은,
에리너의 독특한 상상력이 폭발했어! 지옥이 있다면 비명 소리 배경음악으로 뭐가 나올지 고민하고 있네. 에리너는 뮤지컬 노래를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야. 비명과 고통의 장소인 지옥에 뮤지컬이라니, 에리너에겐 그게 최고의 형벌인 거지. 논리적인 척하면서 지옥의 오디오 시스템까지 걱정하는 에리너의 모습이 참 엉뚱하지 않니?
the pitchfork action and the infernal wailing of damned souls would be a looped medley of “show tunes” drawn from the annals of musical theater.
삼지창이 휘둘러지는 광경과 저주받은 영혼들의 지옥 같은 통곡 소리는 뮤지컬 극장의 연대기에서 끌어온 '쇼 튠'의 무한 반복 메들리가 될 것이다.
표현이 정말 살벌하지? 'Pitchfork action(삼지창질)'과 'Infernal wailing(지옥의 통곡)'이라니. 에리너는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보다 뮤지컬 노래(show tunes)가 무한 반복되는 게 더 끔찍하다고 생각하나 봐. 에리너에게 뮤지컬은 예술이 아니라 귀를 찌르는 고문인 것 같아. 에리너만의 냉소적인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대목이야.
The complete oeuvre of Lloyd Webber and Rice would be performed, without breaks, on a stage inside the fiery pit,
로이드 웨버와 라이스의 전 작품이 쉬지 않고 불타는 구덩이 안의 무대 위에서 공연될 것이며,
뮤지컬계의 전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에리너의 지옥 리스트에 올랐어! 'The complete oeuvre(전 작품)'가 'Without breaks(쉬지 않고)' 공연된다는 건 에리너에겐 끝없는 고통의 연장인 거지. 불타는 구덩이(fiery pit)보다 뮤지컬 무대가 더 뜨겁고 괴로울 것 같다는 에리너의 독설, 정말 대단하지?
and an audience of sinners would be forced to watch—and listen—for eternity.
죄인들로 이루어진 관객들은 영원토록 그것을 지켜보고—또 들어야만—할 것이다.
지옥의 관객들은 선택권이 없어. 에리너가 끔찍해하는 그 노래들을 'For eternity(영원히)' 지켜보고 들어야만 하거든(forced to). 에리너에게 뮤지컬 감상은 즐거움이 아니라 강요된 고역인 셈이야. 듣기 싫은 노래를 영원히 들어야 하는 것, 그게 에리너가 정의하는 진짜 지옥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