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s utterly delightful,” I said. “What about you?” he asked.
“정말 즐거울 것 같네요.” 내가 말했다. “당신은요?” 그가 물었다.
에리너의 대답인 'utterly delightful'에 주목해봐. 겉으로는 즐겁겠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참나, 그게 뭐가 재밌어?'라고 생각하는 에리너의 영혼 없는 리액션이 느껴지지 않니? 극과 극의 주말 계획을 가진 두 사람의 대화가 아주 흥미진진해.
I was going home, of course, to watch a television program or read a book. What else would I be doing?
나는 당연히 집으로 가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그 외에 내가 무엇을 하겠는가?
에리너의 '당연한' 주말 계획! 친구랑 노는 건 옵션에도 없어. 집, 티비, 책. 이 삼박자면 완벽하다는 거지. 'What else would I be doing?(내가 딴 걸 뭘 하겠어?)'라고 묻는 에리너의 태도에서 자발적 아싸의 당당함이 느껴져. 에리너에게 주말은 그저 혼자만의 연구 시간인가 봐.
“I shall return to my flat,” I said. “I think there might be a documentary about komodo dragons on BBC4 later this evening.”
“내 아파트로 돌아갈 겁니다.” 내가 말했다. “오늘 밤 늦게 BBC4 채널에서 코모도왕도마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할지도 모르겠군요.”
에리너의 금요일 밤 핫한 계획은 바로 '코모도왕도마뱀' 다큐멘터리 시청이야! 정말 에리너답지? 'I shall return'이라는 아주 장엄한 표현을 써서 귀가 선언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도마뱀 얘기를 레이먼드한테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 게 더 골 때려. 레이먼드 입장에선 '얘 진짜 뭐지?' 싶을 거야.
He looked at his watch again, and then up at the boundless blue sky.
그는 시계를 다시 보더니,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레이먼드의 이 대조적인 행동 좀 봐. 시간은 자꾸 가는데(시계), 하늘은 너무 예쁘고(무한한 파란 하늘). 가야 할 곳은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은 레이먼드의 낭만적인 모먼트야. 에리너의 무미건조한 티비 계획과는 참 대조되는 따뜻한 묘사지?
There was a moment of silence and then a blackbird began showing off nearby, his song so spectacular that it bordered on vulgar.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근처에서 지빠귀 한 마리가 뽐내기 시작했다. 그 노랫소리가 어찌나 화려한지 천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에리너의 비유력 진짜 대단하지 않니? 새가 노래하는 걸 보고 '천박할 정도로 화려하다(bordered on vulgar)'고 표현해. 보통은 '새소리 예쁘다'고 할 텐데, 에리너는 새가 자기 실력을 너무 과시한다고 느껴서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거야. 에리너 눈에는 겸손하지 못한 지빠귀가 꼴불견이었나 봐.
We both listened, and when I smiled at Raymond, he smiled back.
우리 둘은 귀를 기울였다. 내가 레이먼드를 보고 미소 짓자, 그도 마주 미소 지었다.
에리너랑 레이먼드 사이에 왠지 모를 훈훈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에리너가 먼저 미소를 지었다는 건 엄청난 사회적 도약이지! 레이먼드도 눈치껏 맞장구쳐주는 거 봐. 둘이 지금 지빠귀 노래 감상하면서 감성 터지는 중이야.
“Look, it’s far too nice a night to be sitting inside on your own.
“보세요, 혼자 안에만 앉아 있기에는 밤공기가 너무나 좋군요.”
레이먼드가 작업을 거는 건지 그냥 착한 건지 헷갈리네. '혼자 있지 말고 나랑 놀자'는 소리를 밤공기 핑계 대며 하고 있어. 에리너의 철벽이 무너질지 말지 궁금하지?
Fancy grabbing a quick pint somewhere? I’ll need to head off in an hour or so before the offy shuts, but...”
“어디 가서 가볍게 맥주나 한잔할까요? 술 가게 문 닫기 전에 한 시간쯤 뒤면 가봐야 하긴 하지만...”
맥주 한잔하자는 제안인데, 'offy(술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지 걱정하는 레이먼드의 현실적인 모습! 딱 한 시간만 놀자는 저 절제미 좀 봐. 에리너가 과연 응할까?
This required careful consideration. I had not been in a public house for many years,
이것은 신중한 고려를 요하는 문제였다. 나는 수년 동안 술집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에리너는 지금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해. 술집 방문을 무슨 국가 안보 회의 급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Public house'라고 풀네임을 부르는 거 보면 에리너는 술집도 참 공부하듯 다니는 스타일이야.
and Raymond could hardly be described as engaging company.
게다가 레이먼드는 대화가 즐거운 상대로 묘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레이먼드를 향한 에리너의 냉정한 평가! 'Engaging company(매력적인 일행)'는 절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 레이먼드 의문의 1패네. 티셔츠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레이먼드라서일까?
I quickly concluded, however, that it would be useful for two reasons.
하지만 나는 그것이 두 가지 이유로 유용할 것이라는 결론을 빠르게 내렸다.
에리너는 레이먼드가 별로지만, 이 만남을 '유용(useful)'하게 써먹기로 했어. 역시 모든 걸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뇌섹녀 에리너! 맥주 한잔도 자기 계발의 연장선으로 보는 저 치밀함 좀 봐.
Firstly, it would be good practice, as, if things went well, Johnnie Lomond would probably want to take me to a public house during one of our dates,
첫째로, 그것은 좋은 연습이 될 터였다. 만일 일이 잘 풀린다면, 조니 로몬드가 데이트 중에 나를 술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리너의 김칫국 마시는 솜씨가 가히 국가대표급이야. 아직 말도 안 섞어본 조니 로몬드랑 데이트할 때를 대비해서 예행연습(practice)을 하겠다니! 레이먼드와의 맥주 한 잔도 조니를 위한 발판일 뿐이라는 에리너의 철저한 계략(?) 좀 봐. 조니는 데이트 신청도 안 했는데 에리너는 이미 술집 문 앞까지 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