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ot on his guitar, that was too obvious. He’d surprise me by learning the... bassoon.
아니, 기타는 안 된다. 그건 너무 뻔하다. 그는 바순을 배워서 나를 놀라게 해줄 것이다.
에리너의 엉뚱함이 폭발하는 지점이야! 남들은 기타 치는 남자가 멋있다고 할 때, 에리너는 '뻔하다(obvious)'며 거부해. 그러고는 뜬금없이 '바순'을 선택하지. 그 길쭉하고 무거운 악기를 부는 가수를 상상하다니, 에리너의 취향은 정말 독보적이야!
Yes, he’d play the melody on the bassoon for me. Back to more prosaic matters.
그래, 그는 나를 위해 바순으로 멜로디를 연주해줄 것이다. 이제 더 세속적인 문제로 돌아가자.
상상 속에선 바순 연주까지 끝내고, 이제 다시 현실인 '병원 매점'으로 강제 복귀했어. 'Prosaic matters(세속적인/지루한 문제)'라고 부르는 거 좀 봐. 에리너에게 현실은 로맨틱한 상상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고 따분한 곳인가 봐.
For want of anything more suitable, I bought some newspapers and magazines for Sammy,
더 적당한 것이 없었기에, 나는 새미를 위해 신문 몇 부와 잡지를 샀다.
결국 에리너가 고른 건 신문이랑 잡지야. 'For want of(무엇이 부족하여)'라는 고상한 표현을 쓰면서 자기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었다는 걸 변명하고 있어. 에리너 눈에는 병원 매점이 참 '부족(want)'한 곳이었나 봐.
thinking that I could at least read them aloud to him. They stocked a passable selection.
최소한 그에게 소리 내어 읽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곳은 꽤 괜찮은 품목들을 갖추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혼수상태니까 자기가 '소리 내어 읽어주겠다(read aloud)'는 에리너. 참 기특하면서도 에리너다운 발상이지? 상점에 대해서는 'Passable(통과할 만한/괜찮은)'이라고 평가해. 에리너의 까다로운 기준을 '겨우 턱걸이로 통과'했다는 츤데레 같은 평가야.
From his appearance and the contents of his shopping bag, I divined that Sammy was more Daily Star than Daily Telegraph.
그의 외모와 장바구니 내용물로 미루어 볼 때, 나는 새미가 데일리 텔레그래프보다는 데일리 스타 독자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에리너의 '셜록 홈즈' 빙의 모먼트! 사람 겉모습이랑 장바구니에 든 소시지 같은 걸 보고 그 사람의 신문 취향을 분석하고 있어. 지적인 정론지인 텔레그래프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가십지인 스타를 좋아할 것 같다는 에리너의 예리한(혹은 편견 가득한) 관찰력이 돋보이지? 에리너 눈에는 장바구니가 그 사람의 영혼을 보여주는 거울인가 봐.
I bought a few tabloids, and decided to take him a magazine too. That was more difficult.
나는 타블로이드 신문 몇 부를 샀고, 잡지도 한 권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신문은 대충 골랐는데 잡지가 에리너를 고뇌에 빠뜨렸어. '더 어렵다(more difficult)'니, 에리너에겐 거의 난제 중의 난제인 모양이야. 남들에겐 즐거운 쇼핑이 에리너에게는 인격과 지성을 총동원해야 하는 고된 미션이라는 게 참 웃프지 않니?
There were so many. Condé Nast Traveler, Yachts and Yachting, Now!—how would I know which one to choose?
종류가 너무나 많았다.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 요트 앤 요팅, 나우!까지. 내가 대체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잡지 이름들 나열하는 것 좀 봐. 럭셔리 여행지부터 요트 잡지, 연예 가십지까지... 에리너 눈에는 이게 마치 암호 해독 수준으로 보이나 봐. '어떻게 알겠는가(How would I know)'라며 짜증 섞인 한탄을 하는 게 딱 에리너답지?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알 것 같은 에리너도 잡지 매대 앞에서는 한낱 길 잃은 어린양일 뿐이야.
I had no idea what interested him. I thought carefully and rationally in order to deduce the answer.
그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해답을 도출해내기 위해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에리너의 뇌세포가 풀가동 중이야! 'Deduce(도출하다/추론하다)'라는 단어를 쓰며 잡지 고르는 일을 과학 수사 수준으로 끌어올렸어. 그냥 대충 아무거나 집으면 될 텐데,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고민하는 에리너의 진지함이 너무 웃기지 않니? 잡지 한 권 사는데 국가 기밀 해제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쓰고 있어.
The only thing I knew for sure about him was that he was an adult male; anything else would be pure speculation.
그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그가 성인 남성이라는 것뿐이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순전한 추측에 불과할 터였다.
에리너의 논리 회로 좀 봐. 팩트는 딱 하나, '성인 남성'. 나머지는 다 근거 없는 'Speculation(추측)'이라며 딱 잘라 말해. 에리너는 선물을 살 때도 가설과 검증을 거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인가 봐. 거의 논문 쓰는 수준으로 잡지 쇼핑에 임하고 있어. 'Pure speculation'이라는 표현에서 에리너의 철저한 팩트 체크 정신이 느껴지지?
I went with the law of averages, stood on tiptoe and reached up for a copy of Playboy. Job done.
나는 평균의 법칙을 따르기로 하고, 발을 돋우어 플레이보이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할 일 끝.
에리너의 결론이 너무 파격적이야! '평균의 법칙(law of averages)'을 따랐더니 성인 남성 잡지인 플레이보이가 당첨됐대. '성인 남성이라면 보통 이걸 좋아하겠지?'라는 통계학적인(?) 결론이지. 'Job done(미션 완료)'이라며 뿌듯해하는 에리너... 병문안 선물로 플레이보이라니, 새미 할아버지가 깨어나면 정말 혈압 오르실지도 모르겠어!
It was too hot inside the hospital and the floors squeaked.
병원 내부는 너무나 더웠고 바닥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에리너는 지금 병원 특유의 그 답답한 공기와 거슬리는 바닥 소리를 분석 중이야. 에리너 같은 사람에게 '삐걱거리는 바닥'은 시스템의 오류처럼 느껴질걸? 병원이라는 공간의 물리적인 특징을 참 무미건조하게도 묘사하네.
There was a hand-gel dispenser outside the ward, and a big yellow sign above it read Do Not Drink.
병동 밖에는 손 세정제 디스펜서가 있었고, 그 위에는 '마시지 마시오'라고 적힌 커다란 노란색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손 소독제 위에 붙은 '마시지 마시오'라는 노란 표지판! 에리너는 이런 직관적인 텍스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남들은 무심코 지나칠 경고문을 보고 '왜 이런 당연한 걸 써놨지?'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야. 에리너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