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was a shop on the ground floor selling an eclectic assortment of goods.
1층에는 온갖 종류의 물건을 모아 파는 상점이 있었다.
병원 1층 상점을 보고 'eclectic assortment(다양한 분류)'라고 묘사하는 에리너의 어휘력 좀 봐! 그냥 잡동사니 판다는 얘기를 무슨 박물관 큐레이터처럼 하네. 에리너 눈에는 저렴한 병원 매점도 분석과 연구의 대상인가 봐.
I was aware that it was very much the done thing to take a gift when visiting a patient, but what to purchase?
병문안을 갈 때는 선물을 가져가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대체 무엇을 사야 한단 말인가?
에리너가 사회생활의 정석인 '병문안 선물'을 고민하고 있어. 'the done thing(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예의범절을 챙기려는 모습이 대견하지 않니? 하지만 센스 꽝인 에리너가 과연 뭘 골랐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
I didn’t know Sammy from Adam. Comestibles seemed pointless,
나는 새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먹을거리를 사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에리너는 지금 '새미'라는 할아버지를 도와주러 가고 있지만, 사실 길에서 처음 본 사이잖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니 머릿속 계산기가 아주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 먹을 걸 사자니 이미 할아버지 장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가는 중이라 '포인트리스(pointless)' 하다는 거지.
since the purpose of my visit was to bring him his own food, items that he’d only very recently selected for himself.
내 방문의 목적은 그가 아주 최근에 직접 골랐던 식품들을 가져다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리너의 논리적인 뇌 회로 좀 봐. '내가 지금 그가 산 물건들을 배달해주는 건데, 거기다 또 먹을 걸 사는 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는 거지. 'Selected for himself(직접 고른)' 물건들을 갖다 주는데 굳이 중복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가성비 끝판왕의 마인드야.
Given that he was in a coma, reading material seemed somewhat irrelevant.
그가 혼수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읽을거리는 다소 무관해 보였다.
에리너의 뇌 섹녀 모먼트! '혼수상태인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라며 'Irrelevant(무관한/부적절한)' 판정을 내렸어. 틀린 말은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도 너무 차갑게 논리적이라 웃음이 나지 않니? 감성보다는 이성이 지배하는 에리너의 뇌 구조!
There wasn’t much else that might be suitable, however.
하지만 그 외에 적당해 보이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것저것 다 쳐내고 나니까 살 게 없는 거야. 에리너의 까다로운 필터링 시스템을 통과할 'Suitable(적합한)' 선물을 찾기가 거의 보물찾기 수준이지. 병원 매점이 에리너의 지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야.
The shop carried a small range of toiletries, but it seemed inappropriate for me, a stranger of the opposite sex,
상점에는 몇 안 되는 세면도구가 있었지만, 이성인 타인인 내가 건네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에리너의 유교 걸(?) 모먼트! 모르는 할아버지한테 치약, 칫솔 같은 'Toiletries(세면도구)'를 주는 건 너무 사적이라서 'Inappropriate(부적절)' 하대. 'A stranger of the opposite sex(이성인 타인)'라는 표현 좀 봐. 선을 넘지 않으려는 에리너의 철저한 거리 두기 정신!
to present him with items pertaining to his bodily functions and, anyway,
그의 신체 기능과 관련된 물품들을 선물하는 것은 말이다. 어쨌든,
에리너의 표현력에 무릎을 탁 치게 되네. 세면도구를 '신체 기능과 관련된 물품(items pertaining to his bodily functions)'이라고 부르다니! 칫솔질이나 세수를 거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보고 있어. 이런 걸 선물로 주는 건 에리너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
a tube of toothpaste or a packet of disposable razors did not strike me as very charming gifts.
치약 한 통이나 일회용 면도기 한 갑이 그리 매력적인 선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결론은 이거야. 치약이랑 면도기가 전혀 'Charming(매력적)' 하지 않다는 거지. 에리너는 선물을 고를 때도 그 '매력 지수'를 따지는 낭만파(?)였나 봐. 하긴, 병문안 선물로 일회용 면도기는 좀 너무 현실적이긴 하지?
I tried to remember the nicest gift I’d ever received. Apart from Polly the plant, I couldn’t think of anything.
내가 받아본 가장 근사한 선물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화초 폴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리너는 지금 뇌내 '선물 아카이브'를 뒤지고 있어. 근데 결과가 참담해. 평생 받은 최고의 선물이 '화초' 하나라니. 에리너의 인생이 얼마나 건조하고 외로웠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지. 남들은 보석이나 명품 가방을 떠올릴 때, 에리너는 광합성하는 친구 '폴리'만 생각나는 거야. 짠하면서도, 폴리에 대한 의리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Alarmingly, Declan came into my mind. My first and only boyfriend,
놀랍게도, 데클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의 처음이자 유일한 남자친구였던 그가.
좋은 선물을 생각하려는데 뜬금없이 전 남친 데클런이 튀어나왔어. 근데 부사가 'Alarmingly(놀랍게도/걱정스럽게도)'야. 보통 첫사랑이 떠오르면 아련해야 하는데, 에리너는 비상벨이 울리는 느낌이지. 데클런이 얼마나 '빌런'이었는지를 예고하는 복선이야. 에리너의 뇌가 '야, 위험해! 도망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I’d very nearly succeeded in erasing him from my memory altogether, so it was rather distressing to be reminded of him.
나는 내 기억 속에서 그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데 거의 성공했었기에, 그가 다시 생각난다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에리너는 기억을 '지운다(erasing)'고 표현해. 잊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삭제 작업을 해왔다는 거야. 거의 포맷 완료 단계였는데, 선물 고민하다가 바이러스처럼 다시 복구된 거지. 에리너가 느끼는 감정은 그리움이 아니라 'Distressing(고통/괴로움)'이야. 이 단어 하나로 데클런과의 연애가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였다는 게 증명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