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all sounds quite... fancy,” she said.
“그 모든 것이 꽤... 화려하게 들리는구나.” 그녀가 말했다.
에리너가 읊어댄 미슐랭급 메뉴판에 다니엘 엄마는 지금 영혼이 가출했어. '화려하다(fancy)'라는 말 뒤에 숨겨진 '너 도대체 정체가 뭐니?'라는 당혹감이 느껴지지? 에리너는 지금 자기가 평범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거야.
“Oh no, sometimes it’s just something really simple,” I said, “like sourdough toast with Manchego cheese and quince paste.”
“아니요, 가끔은 정말 간단하게 먹기도 해요.” 내가 말했다. “만체고 치즈와 마르멜로 잼을 곁들인 사워도우 토스트처럼요.”
에리너의 '간단함'의 기준이 아주 안드로메다급이야. 만체고 치즈에 마르멜로 잼이라니! 우리로 치면 '그냥 대충 샥스핀 넣은 라면 먹어요' 같은 느낌이랄까? 엄마의 엘리트 교육이 에리너의 상식 회로를 이렇게 고장 내놨어.
“Right,” she said, exchanging a glance with little Danielle, who was gawping at me, revealing a mouthful of partially masticated beans.
“그렇구나.”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멍하니 쳐다보며 반쯤 씹힌 콩이 가득한 입안을 드러내고 있는 어린 다니엘과 눈길을 주고받으며 말했다.
다니엘 엄마의 'Right'에는 '그래, 너 잘났다' 혹은 '말이 안 통하네'라는 체념이 담겨 있어. 그 와중에 다니엘은 입에 콩을 가득 물고 에리너를 괴물 보듯 보고 있지. 고급 치즈 얘기와 씹다 만 콩의 대비가 정말 압권이야.
Neither spoke, and Mrs. Mearns placed a glass bottle of thick red liquid on the table,
우리 중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스 부인은 걸쭉한 붉은 액체가 든 유리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숨 막히는 정적! 다니엘 엄마가 필살기를 꺼내왔어. 에리너 눈엔 '걸쭉한 붉은 액체(thick red liquid)'로 보이지만 우린 다 알지? 케첩이야. 에리너는 지금 미지의 물질을 관찰하는 외계인 같은 시점으로 케첩 병을 보고 있어.
which Danielle then proceeded to shake violently and slather all over the orange and beige food.
다니엘은 곧장 그 병을 격렬하게 흔들어 오렌지색과 베이지색 음식 위에 듬뿍 발라대기 시작했다.
다니엘의 케첩 파티 시작! 병을 '격렬하게 흔들고(shake violently)' 음식 위에 '듬뿍 바르는(slather)' 모습은 에리너의 우아한 식사 예절과는 정반대지. 오렌지색과 베이지색뿐이던 밋밋한 접시가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 난장판이 펼쳐져.
Of course, after I was taken into care, I rapidly became acquainted with a new culinary family;
물론, 보호 시설에 맡겨진 이후 나는 새로운 요리 가족들과 빠르게 친숙해졌다.
에리너 인생의 전환점이 슬쩍 언급되네. '보호 시설에 맡겨진(taken into care)' 이후 에리너도 결국 서민 음식을 접하게 됐대. '요리 가족(culinary family)'이라는 표현은 에리너가 브랜드 이름들을 사람처럼 대했다는 묘한 뉘앙스를 풍겨.
Aunt Bessie, Captain Birdseye and Uncle Ben all featured regularly,
앤트 베시, 캡틴 버즈아이, 엉클 벤이 모두 규칙적으로 등장했다.
이게 바로 에리너의 새로운 '가족'들이야. 영국 냉동/간편식 브랜드 이름들이지. 매일 밤 혼자 이런 냉동 음식을 먹으면서 패키지에 그려진 캐릭터들을 가족처럼 여겼을 어린 에리너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짠해지지 않니?
and now I can distinguish HP Sauce from Daddies by smell alone, like a sauce sommelier.
이제 나는 소스 소믈리에처럼 냄새만으로 HP 소스와 대디스 소스를 구분할 수 있다.
에리너의 쓸데없이 고퀄리티인 능력치! 저렴한 브라운 소스 브랜드를 냄새로 맞춘대. '소스 소믈리에(sauce sommelier)'라니, 이 얼마나 에리너다운 자아도취적 유머니? 인스턴트 식품에 찌든 삶을 전문가처럼 승화시키는 에리너의 회복탄력성에 박수를!
It was one of the innumerable ways in which my old life and my new life differed.
그것은 예전의 삶과 새로운 삶이 서로 달랐던 셀 수 없이 많은 방식 중 하나였다.
에리너의 '금수저' 미식가 시절과 '보호 시설'에서의 흙수저 생활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보여주는 문장이야. 'innumerable(셀 수 없이 많은)'이라는 단어를 써서 그 변화가 단순히 밥상머리 교육에만 그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지. 에리너 인생은 정말 화재를 기점으로 '전생'과 '현생' 수준으로 나뉘나 봐.
Before and after the fire. One day I was breakfasting on watermelon, feta and pomegranate seeds,
화재 이전과 이후. 어느 날 나는 수박과 페타 치즈, 그리고 석류 씨앗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에리너의 '화재 전' 럭셔리 아침 식사 메뉴 좀 봐. 수박에 페타 치즈, 석류라니... 이건 거의 런던의 힙한 브런치 카페에서나 나올 법한 메뉴잖아. 어린 에리너가 이런 걸 먹었다는 건 엄마의 허세가 거의 우주급이었다는 증거지.
the next I was eating toasted Mother’s Pride smeared with margarine.
바로 다음 날 나는 마가린을 펴 바른 '마더스 프라이드'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자, 이제 '화재 후' 현실 등판이야. 'Mothers Pride'는 영국에서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빵 브랜드인데, 이름이 '엄마의 자부심'이라니 에리너 상황에선 참 역설적이지? 석류 씨앗 먹던 입에 싸구려 마가린 토스트라니, 에리너의 몰락이 식단으로 확 체감돼.
That’s the story Mummy told me, at any rate. The bus stopped right outside the hospital.
어쨌든, 그것이 엄마가 내게 해준 이야기다. 버스는 병원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에리너는 지금 엄마의 '미식 무용담'을 회상하다가 다시 현실인 병원 행 버스로 돌아왔어. 'at any rate(어쨌든)'라는 표현에서 엄마 말은 다 믿을 게 못 된다는 뉘앙스가 풍기지? 회상을 툭 끊고 병원 앞에 내리는 에리너의 건조한 태도 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