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made some tea and heated up the ready meal that Raymond had left in the fridge.
나는 차를 좀 끓이고 레이먼드가 냉장고에 넣어둔 간편식을 데웠어.
통곡의 벽을 세우며 울다가 정신 차려보니 배가 고픈 거야. 역시 슬픔은 슬픔이고 배꼽시계는 정직하지. 레이먼드가 챙겨준 밥을 먹으려는 따뜻하면서도 짠한 상황이야.
I was, I discovered, very hungry indeed. I washed the cup and fork afterward, stacked them beside the other clean crockery he’d left to drain.
알고 보니 나 진짜 배고프긴 했더라고. 다 먹고 나서 컵이랑 포크를 씻었고, 그가 물 빠지라고 놔둔 다른 깨끗한 그릇들 옆에 차곡차곡 쌓아뒀어.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드나 봐. 설거지까지 야무지게 하는 걸 보니 엘리너 특유의 깔끔함이 살아나고 있어. 레이먼드의 흔적 옆에 자기 식기를 놓는 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연결되는 느낌이지.
I went into the living room and picked up the phone. He answered on the second ring.
거실로 가서 전화기를 들었어. 벨이 두 번 울리자마자 그가 전화를 받더라고.
밥 먹고 기운 차려서 드디어 연락을 시도하는 거야. 상대방이 두 번 만에 받았다는 건 폰 붙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소리 아님? 이거 완전 그린라이트 아니냐고!
“Eleanor—thank God,” he said. Pause. “How’re you feeling?”
"엘리너, 세상에 다행이다" 그가 말했어.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기분은 좀 어때?" 라고 묻더라.
레이먼드의 안도감이 여기까지 느껴져. 연락 안 돼서 애타던 남자의 찐 반응이지. "Thank God"은 진짜 신을 찾는 게 아니라 십년감수했다는 뜻이야. 걱정 가득한 저 목소리 좀 들어봐.
“Hello, Raymond,” I said. “How are you?” he asked again, sounding strained.
“안녕 레이먼드” 내가 말했어. “기분 좀 어때?” 그가 목소리가 잔뜩 쉰 채로 다시 물었지.
레이먼드는 지금 걱정돼서 속이 타들어가는데 엘리너는 무슨 고객센터 상담원처럼 평온하게 인사하니까 레이먼드 멘탈이 바스라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야.
“Fine, thanks,” I said. This was, I knew, the correct answer.
“괜찮아 고마워” 내가 말했어. 이건 내가 알기로는 정답이었거든.
사회성이 약간 부족한 엘리너가 책에서 배운 대로 혹은 매뉴얼대로 '가장 적절한 대답'을 골라 던진 건데 그게 오히려 레이먼드의 화를 돋우게 돼.
“For fuck’s sake, Eleanor. Fine. Christ!” he said. “I’ll be round in an hour, OK?”
“아 진짜 제발 좀, 엘리너. 괜찮다고. 맙소사!” 그가 말했어. “한 시간 뒤에 그쪽으로 갈게, 알았지?”
엘리너의 '괜찮아' 한마디에 레이먼드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돌파했어. 직접 가서 봐야겠다고 선언하는 박력 넘치는 장면이지.
“Really, Raymond, there’s no need,” I said calmly.
“정말이야 레이먼드,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침착하게 말했어.
폭풍우가 몰아치는 레이먼드와 달리 엘리너는 여전히 철벽을 치고 있어. 남자의 직진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중이야.
“I’ve had some food”—I didn’t know what time it was, and didn’t want to risk guessing whether it had been lunch or dinner—
“밥 좀 먹었어”—나는 그때가 몇 시인지 몰랐고, 그게 점심이었는지 저녁이었는지 추측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레이먼드가 온다니까 엘리너가 방어 기제를 풀가동해서 '나 이미 밥도 먹고 다 괜찮아'라고 어필하는 중이야. 근데 자기가 먹은 게 점심인지 저녁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멘탈이 나가 있었다는 게 포인트지.
“and a shower, and I’m going to read for a while and then have an early night.”
“그리고 샤워도 했고, 잠시 책 좀 읽다가 일찍 자려고.”
엘리너가 레이먼드에게 자기는 이제 안정되었으니 제발 오지 말라고 완곡하게 거절하는 장면이야. '일찍 자겠다'는 말은 전형적인 '오늘 연락 그만하자'는 퇴장 신호지.
“I’ll be round in an hour,” he said again, firmly, and then hung up.
“한 시간 뒤에 들를게,” 그가 다시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엘리너의 거절 따위는 가볍게 씹어주시는 레이먼드의 상남자 모먼트야. 한 시간 뒤에 간다고 못 박고 대답도 안 듣고 끊어버리는 저 박력, 걱정이 폭발했다는 증거지.
When I answered the door, he was holding a bottle of Irn-Bru and a bag of jelly babies.
내가 문을 열어주자, 그는 언-브루 한 병과 젤리 베이비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진짜로 한 시간 만에 나타난 레이먼드! 손에 들린 게 술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국민 음료랑 젤리라니, 이 남자 센스 보소. 기운 없는 엘리너를 위해 당분을 가득 챙겨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