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I used it to wipe my face and then dropped it on the kitchen floor.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였지. 그걸로 얼굴을 닦고는 부엌 바닥에 툭 떨어뜨렸어.
제일 아끼는 행주라면서 그걸로 얼굴 쓱 닦고 바로 바닥에 버리는 쿨함을 보여줘. 애지중지하는 물건조차 막 다룰 만큼 주인공의 멘탈이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났다는 슬픈 증거지.
I didn’t bother with underwear but simply pulled on the nearest clothes from the bedroom floor—the outfit I’d been wearing on Tuesday night.
속옷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침실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 중에 제일 가까운 걸 그냥 껴입었어. 화요일 밤에 입었던 바로 그 옷이었지.
씻지도 않고 속옷도 패스하고 며칠 전 입었던 꼬질꼬질한 옷을 다시 주워 입는 거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마저 로그아웃된, 극도의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지.
I stuck my bare feet into my Velcro work shoes and found my old jerkin hanging in the hall cupboard.
맨발을 찍찍이 작업화에 쑤셔 넣고, 복도 벽장에 걸려 있던 낡은 저지 레더 재킷을 찾아냈어.
양말도 안 신고 찍찍이 신발을 신는 패션 테러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줘. 정신이 없어서 대충 보이는 대로 몸만 가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긴박하면서도 영혼 없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어.
I didn’t know where the new coat was, I realized. My bag, however, needed to be located.
새 코트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내 가방은 꼭 찾아내야 했지.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채로 며칠을 보낸 뒤라 옷을 주워 입긴 했는데 정작 새로 산 코트가 어디 처박혀 있는지 감도 안 오는 상황이야. 하지만 지갑이랑 핸드폰이 들어있을 가방만큼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수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I recalled that I had taken the new black handbag with me that night. It only had room for my purse and keys.
그날 밤에 새로 산 검은색 핸드백을 들고 나갔던 게 기억났어. 그 가방엔 지갑이랑 열쇠 넣을 공간밖에 없었거든.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서 그날의 패션 아이템을 떠올리는 중이야. 수납력이 제로에 수렴하는 예쁜 쓰레기 핸드백을 들고 나갔던 걸 기억해내고는, 가방이 작으니 찾는 게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치지.
The keys were on the shelf in the hall where I always put them.
열쇠는 현관 선반 위, 내가 항상 두는 그 자리에 있었어.
인생은 엉망진창이어도 강박적인 습관 하나는 살아남았네. 술에 취해 들어오면서도 열쇠를 제자리에 두는 본능적인 루틴 덕분에 적어도 집 밖으로 못 나가는 불상사는 피하게 된 상황이야.
I found the bag in the hall too, eventually, dropped in a corner next to my shopper.
결국 가방도 현관에서 찾았어, 장바구니 옆 구석탱이에 떨어져 있더라고.
집안을 한바탕 뒤집어놓고 나서야 겨우 가방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제일 뻔한 현관 구석에 처박혀 있었어. 평소 들고 다니는 커다란 장바구니 옆에 찌그러져 있는 작은 핸드백의 모습이 주인공의 현재 처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지.
My purse was empty of cash—I couldn’t recall how I’d got home or when I’d bought the vodka that I’d been drinking,
지갑엔 현금이 하나도 없었어. 집에 어떻게 왔는지, 마시고 있던 보드카는 언제 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더라.
술 마시고 필름 제대로 끊긴 다음 날 아침의 처참한 상황이야. 돈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내 몸이 어떻게 침대까지 배달됐는지 미스터리 그 자체인 상태지.
but I assumed it must have been en route here from the city center. Luckily, the purse still contained both of my bank cards.
하지만 시내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에 샀겠거니 짐작했지. 다행히 지갑에는 내 은행 카드 두 개가 그대로 들어 있었어.
기억은 없지만 대충 동선을 때려 맞추는 중이야. 다행히 잃어버리면 골치 아픈 카드들은 살아남았어. 신용카드 살아있는 거 확인하고 안도하는 게 딱 어젯밤 진상 부린 우리의 모습 같지 않니?
The concert ticket was in there too. I dropped it on the floor. I walked down to the corner shop.
그 안에는 콘서트 티켓도 들어 있었어. 그걸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지. 나는 동네 가게로 걸어 내려갔어.
소중했던 콘서트 티켓 따위 이제 안중에도 없는 거야. 바닥에 떨어져도 줍지도 않고 오로지 술을 보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동네 편의점으로 향하는 무서운 집념을 보여주고 있어.
It was daylight, cold, the sky ashen. When I entered, the electronic bleeper sounded
대낮이었고, 추웠고, 하늘은 잿빛이었어. 가게에 들어가자 전자 신호음이 울렸지.
밖으로 나왔는데 날씨마저 우중충한 게 딱 주인공의 멘탈 상태 같아. 편의점 들어갈 때 '띠링' 하고 울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는 게 왠지 모르게 긴장감을 주는 순간이지.
and, behind the counter, Mr. Dewan looked up. I saw his eyes widen, his mouth fall open slightly.
그리고 카운터 뒤에 있던 드완 씨가 고개를 들었어.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살짝 벌어지는 게 보이더라.
단골 가게 사장님이 주인공 꼬락서니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면이야. 며칠 안 씻고 꼬질꼬질한 옷 입고 나타났으니 사장님 입장에선 거의 공포 영화 한 편 찍는 기분이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