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se could have been my present to myself. I decided that I might buy some freesias instead.
그것들이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대신 프리지어 꽃을 좀 살까 하고 결심했다.
양말을 못 사서 대신 꽃을 사겠대. 'Could have been'이라는 표현은 '그랬을 수도 있었는데(못해서 아쉽다)'라는 미련을 담고 있어. 에리너가 꽃을 고르는 기준은 또 얼마나 까다로울지, 벌써부터 프리지어의 운명이 걱정(?)되네.
I have always loved their delicate scent and the softness of their colors—
나는 언제나 그 꽃들의 섬세한 향기와 부드러운 색감을 사랑해 왔다—
에리너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표현이 참 시적이지? '섬세한 향기(delicate scent)'와 '부드러운 색감(softness)'.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보다 은은하고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에리너의 내면이 투영된 것 같아. 보드카랑은 참 대조적이지?
they have a kind of subdued luminosity which is much more beautiful than a garish sunflower or a clichéd red rose.
그것들은 일종의 은은한 광채를 띠고 있는데, 이는 야한 해바라기나 진부한 붉은 장미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에리너의 '식물 비평' 시간이야! 해바라기는 너무 야하고(garish), 장미는 진부하다(clichéd)며 프리지어의 손을 들어줘. '은은한 광채(subdued luminosity)'라는 표현은 정말 에리너가 아니면 누가 쓰겠어? 자기처럼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빛을 가진 꽃을 편애하는 에리너의 마음이 느껴져.
Raymond was looking at me. “I’m going to my mum’s now,” he said.
레이먼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우리 어머니 댁에 가려고요.” 그가 말했다.
레이먼드가 갑자기 자기 갈 곳을 보고해. “나 이제 엄마 집에 가요”라고 말하는 저 해맑음 좀 봐. 에리너랑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효자 인증인 걸까? 에리너는 아마 속으로 어쩌라고? 했을지도 몰라.
I nodded, blew my nose and zipped up my jerkin in preparation for the journey home.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를 풀고 귀가 준비를 위해 저킨의 지퍼를 올렸다.
에리너의 귀가 루틴은 정말 기계적이야. 코 풀기(blew my nose)와 옷 입기(zipped up my jerkin)를 나열하는 저 담담함이라니. 저킨(jerkin)은 에리너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옷인데, 이제 곧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자기만의 성으로 돌아가려는 거지.
“Listen—d’you fancy coming with me?” Raymond said, just as I was turning toward the gate. Under no circumstances, was my immediate thought.
“있잖아요—나랑 같이 갈래요?” 내가 문 쪽으로 돌아서려던 참에 레이먼드가 말했다. ‘절대로 안 되지’라는 것이 나의 즉각적인 생각이었다.
레이먼드가 드디어 본심을 드러냈어! 같이 가자는 제안에 에리너의 반응은 역시나 단호박이야. Under no circumstances(어떤 상황에서도 안 됨)라니, 에리너의 철벽은 만리장성보다 높고 단단한 것 같아. 레이먼드의 용기가 가상하지 않니?
“I go over most Sundays,” he went on. “She doesn’t get out much—I’m sure she’d love to see a new face.”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가거든요.” 그가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외출을 자주 못 하세요—새로운 얼굴을 보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레이먼드가 설득 작전을 시작했어. 어머니가 외출을 못 하신다는 동정 유발 작전과 새로운 얼굴을 좋아하실 거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 레이먼드는 에리너를 자기 가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해 보여.
“Even one like mine?” I said. I couldn’t imagine that anyone would take any particular pleasure in looking at my face,
“심지어 내 얼굴 같은 경우라도요?” 내가 말했다. 나는 누군가가 내 얼굴을 보는 것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에리너의 낮은 자존감이 툭 튀어나와서 마음이 짠해. 자기 얼굴을 보는 게 어떻게 즐거움(pleasure)이 될 수 있냐고 묻는 거잖아. 흉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를 피할 거라고만 생각하는 에리너의 갇힌 세상이 느껴져서 안타까워.
either for the first or for the thousand and first time. Raymond ignored me and began to rummage in his pockets.
그것이 처음이든 천한 번 하고도 한 번째든 말이다. 레이먼드는 내 말을 무시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에리너의 천한 번 하고도 한 번째(thousand and first)라는 저 집요한 숫자 사랑 좀 봐! 그런데 레이먼드의 반응이 더 대단해. 에리너의 자폭성 발언을 쿨하게 무시하고(ignored) 주머니나 뒤적거리거든. “네 얼굴이 뭐 어때서?”라는 무언의 긍정 같기도 해서 왠지 듬직해.
I thought about his suggestion while he lit up another cigarette.
그가 또 다른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이는 동안 나는 그의 제안에 대해 생각했다.
레이먼드는 지금 아주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어. 에리너는 그 제안—즉, 레이먼드 어머니 댁에 같이 가자는 말—을 두고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지. 에리너에겐 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게 국가 안보 회담만큼이나 중대한 결정인가 봐.
I could still purchase vodka and birthday flowers on the way home, after all, and it might be interesting to see the inside of another person’s home.
어쨌든 집에 가는 길에 보드카와 생일 축하 꽃을 살 수 있을 것이고, 타인의 집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너의 머릿속은 정말 합리적이야. 레이먼드네 들렀다가 가도 보드카 살 시간은 충분하다는 계산을 마쳤거든. 게다가 타인의 집 내부를 관찰하는 걸 무슨 화성 탐사처럼 흥미로울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말 에리너답지 않니?
I tried to think of the last time I had done so. I had stood in the hallway of my downstairs neighbors’ flat a couple of years ago,
내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했던 때가 언제인지 떠올려 보려 애썼다. 2년 전쯤 아래층 이웃의 아파트 복도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남의 집 문턱을 밟아본 게 무려 2년 전이래! 에리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말 철저했구나. I had done so(그렇게 했다)라는 표현으로 과거의 드문 경험을 회상하고 있는데, 왠지 그 기억도 아주 사무적일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