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out at the right time, though; I can live on my pension, so long as I’m careful.
그래도 적절한 시기에 그만두었지. 조심하기만 한다면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까.
할아버지가 은퇴 시기를 참 잘 잡으셨다고 자평하고 계셔. '연금(pension)'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So long as(하기만 한다면)'라는 조건을 붙인 거 보니, 할아버지도 나름대로 알뜰살뜰하게 노후 계획을 세우신 모양이야.
It’s all changed now—I’m glad I’m not there anymore. All the messing about they’ve done with it.
이제는 모든 게 변했어. 더 이상 거기 있지 않아서 다행이네. 사람들이 그것을 가지고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거든.
할아버지가 요즘 우체국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드시나 봐. 'Messing about(장난질하다/엉망으로 만들다)'이라니, 꽤 강한 표현이지? 평생 몸담았던 곳이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은퇴자의 씁쓸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문장이야.
In my day, it was a proper public service...” Raymond was nodding.
내 시절에는 제대로 된 공공 서비스였는데 말이야..." 레이먼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다, 라떼(?) 시리즈! 할아버지의 'In my day(내 젊은 시절엔)'가 시작됐어. 그때는 우체국이 진짜 'Proper(제대로 된)' 서비스였다는 거지. 레이먼드는 옆에서 아주 훌륭한 리액션 머신이 되어 고개를 끄덕여주고 있어. 할아버지와 레이먼드, 꽤 잘 통하는걸?
“That’s right,” he said. “Remember when you used to get your post before you left the house in the morning,
"그렇고말고요." 그가 말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도 전에 우편물을 받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레이먼드가 할아버지의 '라떼는 말이야' 토크에 아주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어. 우편물 배달 시간까지 기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다니, 레이먼드의 사교성은 정말 끝이 없지? 에리너는 옆에서 '이게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주제인가?' 싶어 하는 표정으로 관찰 중이야.
and there was a lunchtime delivery too? It comes in the middle of the afternoon now, if it comes at all...”
게다가 점심때도 배달이 있었죠? 요즘은 오후 한복판에 오거나, 아예 안 오기도 하니까요..."
레이먼드가 영국의 우편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해 할아버지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어. '오후 한복판(middle of the afternoon)'이라는 표현이 아주 생생하지? 할아버지는 자기 시절의 정성 어린 서비스가 그리우신가 봐. 에리너는 지금 이 대화의 파도 속에서 갈 길을 잃은 표정이야.
I have to admit, I was finding the post office chat somewhat tedious.
솔직히 인정하건대, 나는 우체국에 관한 대화가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에리너의 속마음이 나왔어! 'Tedious(지루한)'라는 단어를 쓰는 에리너의 냉정한 평가 좀 봐. 남들은 추억 여행 중인데 에리너는 지금 우편물 배달 시스템의 역사 교육을 받는 기분인가 봐. 팩트 지상주의 에리너는 감성적인 수다를 견디기 힘들어해.
“How long are you likely to be in here, Sammy?” I said.
"새미 씨, 이곳에 얼마나 더 계실 예정인가요?" 내가 물었다.
지루함을 참다못한 에리너가 대화의 방향을 확 틀어버려. '얼마나 더 있을 거냐'는 질문은 환자에게 좀 실례일 수도 있는데 에리너는 아주 사무적으로 툭 던지지. 에리너에겐 지금 우체국 이야기보다 이게 더 '효율적인' 정보거든. 분위기 파악 안 되는 에리너, 여전하지?
“I only ask because the chances of contracting a postoperative infection are significantly increased for longer-stay patients—
“단지 병원에 오래 머무는 환자일수록 수술 후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에 묻는 것뿐입니다—"
에리너가 질문의 의도를 설명하는데, 세상에! '수술 후 감염(postoperative infection)'이라니.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건지 겁을 주는 건지 모를 무시무시한 의학 정보를 쏟아내고 있어. 에리너는 지금 할아버지에게 '빨리 나가라'고 과학적으로 압박 중이야.
gastroenteritis, Staphylococcus aureus, Clostridium difficile—” Raymond interrupted me again.
위장염, 황색포도상구균,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레이먼드가 다시 내 말을 가로막았다.
에리너의 '박테리아 대백과사전' 낭독이 시작됐어! 듣기만 해도 병에 걸릴 것 같은 라틴어 학명들이 줄줄 나오지? 결국 참다못한 레이먼드가 다시 제동을 걸어. 레이먼드는 아마 '에리너, 제발 그만해!'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을 거야. 분위기 메이커 레이먼드에게 에리너는 정말 극한 직업이지?
“Aye,” he said, “and I bet the food’s rank as well, eh, Sammy?” Sammy laughed.
"그렇죠." 그가 말했다. "병원 밥도 아주 형편없을 것 같은데, 제 말이 맞죠, 새미 어르신?" 새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레이먼드가 에리너의 '박테리아 대백과사전' 낭독을 수습하면서 할아버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인 '병동 밥 투정'으로 화제를 돌렸어. 분위기 파악 능력 하나는 정말 만렙이지? 덕분에 긴장했던 할아버지도 껄껄 웃으며 마음을 여시네.
“You’re not wrong there, son,” he said. “You want to see what they served up for lunch today.
"자네 말이 하나도 안 틀렸네, 얘야." 그가 말했다. "오늘 점심으로 나온 걸 자네가 직접 봐야 하는데 말이야."
할아버지가 레이먼드랑 '절친' 모드에 들어갔어! 레이먼드를 '얘야(son)'라고 부르는 거 보여?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오늘 점심 메뉴에 대해 하소연을 시작하시는데, 왠지 아주 흥미진진한(?) 비극이 펼쳐질 것 같아.
Supposed to be Irish stew... looked more like Pedigree Chum. Smelled like it too.” Raymond smiled.
명색은 아이리시 스튜라는데... 생김새는 페디그리 참 개 사료에 더 가까웠지. 냄새도 딱 그랬고." 레이먼드가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의 찰진 비유 좀 봐! 아이리시 스튜가 '페디그리 참(유명한 강아지 통조림 사료)' 같았대. 냄새까지 똑같았다고 하시니 에리너가 아까 했던 세균 얘기보다 더 치명적인 공격인걸? 레이먼드는 할아버지의 입담에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