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was an even sort of man, not an odd one. I had a puzzle to solve.
그는 짝수 같은 종류의 남자였지, 홀수 같은 남자는 아니었으니까. 풀어야 할 퍼즐이 생겼다.
에리너의 독특한 인물 정의법이 나왔어! 그 남자는 안정적이고 올바른 '짝수(Even)' 같은 사람이지, 이상하고 삐딱한 '홀수(Odd)' 같은 사람은 아닐 거라는 거야. 영어의 중의적 표현을 써서 짝사랑 상대를 칭찬하는 에리너, 정말 지적이지 않니? 사랑도 퍼즐 풀기로 접근하는 저 이성적인 태도 좀 봐.
I hummed as I worked, and couldn’t remember the last time I’d felt like this—light, sparkly, quick.
나는 작업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이처럼 가볍고 반짝이며 민첩한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평소에 얼음장 같던 에리너가 콧노래를 부르다니! 'Light, sparkly, quick'—이 세 단어가 지금 에리너의 뇌내 도파민 수치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어. 무채색 인생에 갑자기 반짝이 가루를 뿌린 것 같은 기분이겠지? 이런 에리너의 모습, 왠지 낯설지만 응원해주고 싶어져.
I suspected that it might be what happiness felt like.
이것이 행복이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에리너는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의심'한대. 행복이라는 데이터가 인생에 너무 없어서, 이게 진짜 행복인지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자 같은 태도를 보이는 거야. 에리너의 건조한 고백이 오히려 가슴을 찡하게 만들지 않니? 행복이 낯설어서 의심부터 하는 에리너, 참 안쓰러워.
It was fascinating to see all the different names on the buzzers, and the manner in which they were displayed.
초인종에 적힌 그 수많은 서로 다른 이름들과 그것들이 표시된 방식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남의 집 이름표를 보는 게 'Fascinating(매혹적인)' 하대. 에리너는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디테일을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해. 이름뿐만 아니라 그게 어떤 글씨체인지, 어떤 종이에 써서 붙였는지(manner)까지 하나하나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는 거야. 인류학자가 원시 부족의 흔적을 조사하는 것 같지?
Some were scribbled in Biro on a sticker and placed carelessly over the button.
어떤 것들은 스티커 위에 볼펜으로 휘갈겨 쓴 뒤 버튼 위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었다.
에리너의 관찰력이 빛을 발하네! 대충 볼펜으로 휘갈겨 쓴 이름표를 보고 'Scribbled(휘갈겨 쓴)' 'Carelessly(부주의하게)' 같은 단어로 평가를 내리고 있어. 규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에리너 눈에는 저런 성의 없는 이름표가 일종의 무질서처럼 보였을 거야.
Others had typed their names in bold uppercase, printed it out and affixed it with three layers of Sellotape.
또 다른 이들은 굵은 대문자로 이름을 타이핑해서 출력한 다음, 스카치테이프 세 겹을 덧대어 고정해 두었다.
이번엔 반대로 아주 철저한 사람들의 이름표야. 굵은 대문자(Bold uppercase)에 무려 테이프 세 겹(Three layers)! 에리너는 'Three layers'라고 정확한 겹수까지 세고 있어. 아마 에리너 본인이 이름표를 붙였다면 바로 이런 방식이었을 거야. 자기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을지도 몰라.
A few had left their buzzer blank, or failed to replace their name when the elements had made the ink run, rendering it illegible.
몇몇은 초인종을 비워 두었거나, 비바람에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이름을 교체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두고 있었다.
에리너는 지금 다른 집들의 초인종 상태를 점검하면서 혀를 차고 있어. 어떤 집들은 이름표가 아예 없거나, 비에 젖어 잉크가 번져서('Ink run') 누구 집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방치된 상태였거든. 에리너 같은 완벽주의자에게 이런 관리 소홀은 용납할 수 없는 게으름의 증거지. 자기 짝사랑 남자는 절대 이런 부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보여.
I really hoped he wasn’t one of those, but I kept a list of their locations in my notebook, just in case.
나는 그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랐지만, 만약을 대비해 내 수첩에 그들의 위치 목록을 적어 두었다.
에리너는 자기 짝사랑 남자가 저렇게 게으른 사람들과 같은 부류('One of those')가 아니길 빌고 있어. 하지만 에리너가 누구야? 철두철미한 계획형 인간이잖아. 혹시나 그 남자가 이름표 관리를 안 하는 칠칠치 못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Just in case'), 이름 없는 집들의 위치까지 수첩에 꼼꼼히 기록해 두는 거지. 사랑 앞에서도 데이터 수집을 멈추지 않는 저 집요함!
If I had eliminated all the legible names without coming across his,
만약 알아볼 수 있는 이름들을 모두 확인하고 소거했음에도 그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에리너의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있어. 1단계: 읽을 수 있는 이름 다 확인하기. 'Eliminated(제거/소거)'라는 단어를 쓰는 것 봐. 마치 범죄 수사관이 용의자 선상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지워나가는 것 같은 냉철함이 느껴져.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무슨 엑셀 작업 같지?
I’d have to go back and work my way through the list of blank ones. Ah, but how could I have doubted him?
다시 돌아가 빈 초인종 목록을 하나씩 확인해야 할 터였다. 아, 하지만 내가 어찌 감히 그를 의심할 수 있었겠는가?
드디어 찾았어! 에리너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네. 그 남자는 게으른 '이름표 없는 부류'가 아니었어. 자책하는 에리너의 말투 좀 봐. '어찌 감히 의심했나'라며 거의 성인(Saint)을 모시는 신도처럼 굴고 있어. 금방이라도 무릎 꿇고 참회할 기세야!
Halfway down the street, the most even of even numbers, there he was: Mr. J. Lomond Esq.
거리 중간쯤, 짝수 중에서도 가장 짝수다운 번호에 그가 있었다. 'J. 로먼드 귀하'.
드디어 찾았어! 에리너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네. 그 남자는 게으른 '이름표 없는 부류'가 아니었어. 게다가 집 번호도 'The most even of even numbers(가장 짝수다운 짝수)'래. 에리너 기준에서 완벽하게 균형 잡힌 숫자에 살고 있는 거지. 이름 뒤에 붙은 'Esq.(귀하)'는 에리너가 꿈꾸던 신사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야. 마치 보물을 찾은 듯한 환희가 느껴져.
I stood before the buzzer, examining the letters. They were written neatly but artistically in classic black ink on thick white paper.
나는 초인종 앞에 서서 글자들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두꺼운 흰 종이 위에 고전적인 검은 잉크로 단정하면서도 예술적으로 쓰여 있었다.
에리너는 지금 초인종 이름표를 마치 박물관의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고 있어. 'Neatly but artistically(단정하지만 예술적으로)'라니,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지? 그냥 손글씨일 뿐인데 말이야. 'Thick white paper(두꺼운 흰 종이)'와 'Classic black ink(고전적 검은 잉크)'는 그 남자의 품격과 취향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믿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