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hy not? It was time for a spot of reconnaissance.
그래. 안 될 건 뭔가? 정찰을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에리너는 지금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야. 짝사랑 남자의 집을 찾아가는 걸 'Reconnaissance(정찰)'라는 군사 용어까지 써가며 거창하게 포장하고 있어. 마치 중요한 작전이라도 수행하는 요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인가 봐. 'A spot of'라는 표현에서 에리너 특유의 영국식 허세(?)가 살짝 묻어나는 게 포인트야.
There is no such thing as hell, of course, but if there was,
물론 지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에리너가 갑자기 지옥에 대해 논하기 시작해. 무신론자인 그녀답게 '지옥은 없다'고 단정 지으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해서 '가정법'을 쓰고 있지. 그녀가 생각하는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아주 독특하고 냉소적인 상상이 시작될 거야.
then the sound track to the screaming, the pitchfork action and the infernal wailing of damned souls
비명 소리와 삼지창의 움직임, 그리고 저주받은 영혼들의 지옥 같은 통곡 소리에 깔리는 배경 음악은
에리너가 그리는 지옥의 풍경이야. 비명, 삼지창, 통곡... 아주 전형적인 지옥의 요소들이지? 그런데 에리너는 이 고통스러운 풍경에 '사운드트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옥의 진짜 고통은 육체적인 고문보다 귀로 듣는 '배경음악'에 있다고 믿는 에리너만의 엉뚱한 고찰이야.
would be a looped medley of “show tunes” drawn from the annals of musical theater.
뮤지컬 연극의 역사에서 끌어온 '쇼 음악'들의 무한 반복 메들리일 것이다.
에리너가 생각하는 지옥의 사운드트랙은 바로 뮤지컬 노래들이야! 조용하고 분석적인 에리너에게 뮤지컬 특유의 과장된 밝음은 지옥의 형벌보다 더 끔찍한가 봐. 'Annals(연대기/역사)'라는 단어를 써서 뮤지컬의 전 역사를 훑어버리는 저 단호함 좀 봐.
The complete oeuvre of Lloyd Webber and Rice would be performed, without breaks, on a stage inside the fiery pit,
로이드 웨버와 라이스의 전 작품이 불타는 구덩이 안의 무대 위에서 휴식 없이 공연될 것이며,
구체적인 타겟이 나왔어!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야. 그들의 모든 작품('Complete oeuvre')을 지옥의 고문 도구로 지정해버리다니, 에리너의 취향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겠지? 'Fiery pit(불타는 구덩이)'에서 'Without breaks(휴식 없이)' 계속된다니, 뮤지컬 팬들에겐 천국이겠지만 에리너에겐 그게 바로 지옥인 거지.
and an audience of sinners would be forced to watch—and listen—for eternity.
죄인들로 이루어진 관객들은 영겁의 시간 동안 강제로 시청하고 경청해야 할 것이다.
지옥의 관객들은 선택권이 없어. 죄를 지었으니 영원히('For eternity') 뮤지컬을 '강제로 시청(Forced to watch)'해야 해. 게다가 소리를 못 듣는 척할까 봐 'Listen(경청)'까지 강조하고 있어. 뮤지컬을 싫어하는 에리너에겐 삼지창으로 찔리는 것보다 이게 더 무서운 형벌인가 봐.
The very worst among them, the child molesters and the murderous dictators, would have to perform them.
그들 중에서도 가장 악질인 아동 성추행범들과 살인적인 독재자들은 그 곡들을 직접 공연해야만 할 것이다.
에리너가 설계한 지옥의 최종 단계야. 단순히 뮤지컬 노래를 듣는 걸 넘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범죄자들이 그 오글거리는 노래를 직접 부르며 춤까지 춰야 한다니! 에리너에겐 이게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어떤 형벌보다 잔인하고 완벽한 복수처럼 느껴지나 봐.
Save for the exquisite oeuvre of a certain Mr. Lomond, I have yet to find a genre of music I enjoy;
어떤 로먼드 씨의 정교한 작품 세계를 제외하면, 내가 즐기는 음악 장르를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에리너의 지독한 '음악 불호' 성향이 또 나왔네. 세상 모든 음악이 싫지만, 오직 자기가 찍은 그 가수 'Mr. Lomond'만은 예외('Save for')라는 거야. 사랑은 논리적인 에리너마저도 편파적인 취향을 갖게 만드나 봐. 자기 취향을 말할 때도 'Oeuvre(작품 세계)' 같은 거창한 단어를 쓰는 게 참 에리너답지?
it’s basically audible physics, waves and energized particles, and, like most sane people, I have no interest in physics.
음악은 기본적으로 가청 물리 현상이며, 파동과 에너지를 가진 입자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정신인 사람들처럼, 나 역시 물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음악을 '가청 물리 현상(Audible physics)'이라고 정의하는 에리너의 무미건조한 뇌 구조 좀 봐! 베토벤이 들으면 뒷목 잡을 소리지? 게다가 물리에 관심 없는 걸 '제정신인 사람(Sane people)'의 척도로 삼고 있어. 음악의 낭만을 입자와 파동으로 분해해버리는 그녀의 냉소적인 유머가 폭발하는 장면이야.
It therefore struck me as bizarre that I was humming a tune from Oliver!
그러므로 내가 《올리버!》의 곡조를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기괴하게 느껴졌다.
물리도 싫고 음악도 싫다더니, 입으로는 뮤지컬 《올리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에리너! 자기 자신의 이런 비논리적인 행동이 스스로도 'Bizarre(기괴한)' 하대. 뇌는 거부하는데 입술은 신나게 춤추고 있는 이 상황, 에리너에겐 정말 심각한(?) 사건이야.
I mentally added the exclamation mark, which, for the first time ever, was appropriate.
나는 마음속으로 느낌표를 덧붙였는데, 생전 처음으로 그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제목이 《Oliver!》라서 느낌표가 원래 붙어 있거든. 평소 감정 낭비를 싫어해서 문장부호 하나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 에리너가, 이번엔 특별히 마음속으로 느낌표를 허락해줬대. 이 상황이 그만큼 충격적이거나 느낌표를 쓸 만큼 격정적이라는 뜻이겠지? 에리너만의 아주 소심하고도 거창한 허락이야.
Who will buy this wonderful evening? Who indeed?
누가 이 멋진 저녁을 사려나? 정말로 누가 사려나?
이건 뮤지컬 노래 가사를 에리너가 인용한 거야. 노래 가사는 '멋진 아침'을 누가 살 거냐고 묻지만, 에리너는 이걸 자기의 '멋진 저녁'으로 바꿔 부르고 있어. 혼자 보내는 이 외롭지만 설레는 저녁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속마음이 살짝 비치는 것 같기도 해. 'Indeed'를 덧붙여서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게 참 쓸쓸하면서도 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