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just having a tough time. That’s all. Have a good one,” I said and walked away.
그냥 내가 요즘 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래. 그게 다야. 잘 지내." 내가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어.
자기 상태를 'Tough time'이라고 솔직하게 시인하면서도, 상대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 'That's all'이라고 선을 그어. 마지막 인사인 'Have a good one'이 찰리의 짠한 뒷모습이랑 겹쳐 보여서 더 마음이 아프네.
“God, that kid is such a fucking freak,” I heard one of the boys whisper when I was halfway down the hall.
"세상에, 저 애 진짜 개또라이네." 복도 중간쯤 갔을 때 남자애들 중 하나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라.
찰리의 뒤통수에 꽂히는 비수 같은 말... 약에 취해서 갑자기 죽은 친구 얘기나 꺼내고 사라지는 찰리가 남들 눈엔 '이상한 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거야. 남자애의 거친 표현이 찰리의 외로운 처지를 더 극명하게 보여줘.
He said it more factual than mean, and Susan didn’t correct him. I don’t know if I would have corrected him myself these days.
그 애는 비꼬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하는 투였고, 수잔은 그 말을 정정해주지 않았어. 요즘의 나라도 그 말을 반박했을지는 모르겠다.
수잔의 침묵이 찰리를 더 아프게 해. '아냐, 쟤 그런 애 아냐'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야. 근데 더 슬픈 건 찰리 스스로도 자기가 이상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거야. 자아비판의 정점을 찍고 있네.
Love always, Charlie
항상 사랑을 담아, 찰리가.
이 편지의 마침표이자 찰리의 전매특허 같은 마무리 인사야. 자기가 어떤 구렁텅이에 빠져 있든 읽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는 이 소년, 참 미워할 수가 없지? 비극적인 고백 뒤에 붙은 이 다정한 인사가 오히려 더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어.
May 2, 1992
1992년 5월 2일.
새로운 날짜, 새로운 편지의 시작이야. 찰리의 시간은 여전히 약과 고독 사이 어디쯤을 떠돌고 있는 것 같아. 계절은 봄으로 가고 있는데 찰리의 마음은 아직 겨울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지.
Dear friend, A few days ago, I went to see Bob to buy more po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 keep forgetting Bob doesn’t go to school with us.
사랑하는 친구에게, 며칠 전에 대마초를 좀 더 사려고 밥을 만나러 갔어. 사실 난 밥이 우리랑 같은 학교에 안 다닌다는 걸 자꾸 까먹는다는 얘길 해야 할 것 같아.
찰리가 다시 밥을 찾아갔어. 샘이랑 패트릭이 떠나고 나니 밥이 유일한 도피처가 된 셈이지. 밥은 학교도 안 다니는 일종의 '사회인(?)'인데, 찰리는 자꾸 밥을 동급생처럼 느껴. 그만큼 밥의 존재감이 찰리의 일상에 훅 들어와 있다는 뜻이야.
Probably because he watches more television than anyone I know, and he’s great with trivia.
아마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TV를 많이 봐서 그런가 봐. 그리고 잡지식도 엄청 많거든.
밥이 왜 학교 친구처럼 느껴지는지 찰리가 나름 분석해봤어. TV를 끼고 살아서 그런지 별의별 잡지식이 다 있나 봐. 학교 공부는 안 해도 TV 공부(?)는 전교 1등 수준인 밥의 캐릭터가 딱 보이지? 세상 모든 시트콤을 섭렵한 밥의 위엄이란!
You should see him talk about Mary Tyler Moore. It’s kind of spooky.
밥이 '메리 타일러 무어' 쇼에 대해 떠드는 걸 너도 직접 봐야 해. 진짜 좀 으스스할 정도로 자세히 알거든.
밥의 TV 사랑은 집착에 가까워. 옛날 시트콤 배우에 대해 줄줄 읊는 밥을 보면 찰리조차 소름이 돋나 봐. 덕후 중의 덕후, 밥의 광기 어린 취미가 찰리 눈엔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사람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무서운 거지.
Bob has this very specific way of living. He says he takes a shower every other day.
밥은 자기만의 아주 독특한 생활 방식이 있어. 샤워는 이틀에 한 번씩만 한대.
밥의 TMI 대방출! 샤워 주기까지 찰리한테 오픈했나 봐. 자기만의 룰이 확고한 밥의 기묘한 라이프스타일... 근데 밥아, 씻는 건 매일 씻는 게 좋지 않을까? 찰리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하고 기록하는 중이야. 밥의 모든 게 찰리에겐 연구 대상이거든.
He weighs his “stash” daily. He says when you’re smoking a cigarette with someone, and you have a lighter, you should light their cigarette first.
밥은 매일 자기 '물건' 무게를 재. 밥 말로는 누군가랑 담배 피울 때 라이터가 있으면 상대방 담배부터 먼저 붙여줘야 한대.
밥의 기묘한 루틴이 시작됐어. 'stash'라는 건 보통 몰래 숨겨둔 마약이나 비상금을 말하는데, 그걸 매일 저울질한다니 참 철저하지? 게다가 담배 피울 때의 매너까지 설파하고 있어. 밥은 참 알면 알수록 양파 같은 친구야.
But if you have matches, you should light your cigarette first, so you breathe in the “harmful sulfur” instead of them.
하지만 성냥을 쓸 때는 네 담배부터 먼저 붙여야 한대. 그래야 상대방 대신 네가 그 '해로운 유황 성분'을 들이마시게 되니까.
라이터랑 성냥의 예법이 다른 게 킬포야! 성냥은 처음 켤 때 독한 유황 냄새가 나잖아? 그걸 자기가 먼저 마셔서 상대를 보호하겠다는 밥의 눈물겨운(?) 배려심이지. 이쯤 되면 밥을 '성냥갑의 성자'라고 불러줘야 할까?
He says it’s the polite thing to do. He also says that it’s bad luck to have “three on a match.”
밥은 그게 예의 바른 행동이라고 해. 그리고 성냥 하나로 세 명이 불을 붙이는 건 불운을 부른다고도 하더라고.
밥의 에티켓 강의 2탄! 이번엔 미신이야. 'Three on a match'는 서양에서 아주 유명한 금기 사항인데, 밥은 이런 잡지식의 끝판왕이지. 밥이랑 같이 있으면 심심할 틈은 없겠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