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lways, Charlie
항상 사랑을 담아, 찰리가.
편지를 마무리하는 찰리만의 따뜻한 방식이야. 비록 이름 모를 친구지만, 찰리의 모든 진심이 이 한마디에 압축되어 있어.
December 26, 1991
1991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야. 할머니 댁에서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펜을 잡았어.
Dear friend, I am sitting in my bedroom now after the two-hour ride back to my house.
친구에게. 두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돌아와서 지금 내 방에 앉아 있어.
폭풍 같은 고향 방문을 끝내고 드디어 자기만의 안식처로 복귀한 찰리. 익숙한 내 방 침대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그 안도감이 문장에 배어 있어.
My sister and brother were nice to each other, so I didn’t have to drive.
누나랑 형이 서로한테 다정하게 굴었어. 덕분에 난 운전 안 해도 됐지.
형이랑 누나가 웬일로 평화 협정을 맺었나 봐. 둘이 싸우지 않으니까 아빠 레이더망도 꺼졌고, 초보 운전자인 찰리는 지옥의 운전대에서 해방된 거야. 찰리에겐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지!
Usually, on the way home, we drive to visit my Aunt Helen’s grave.
보통 집에 가는 길엔 헬렌 이모 묘소에 들러.
할머니 댁에서 돌아오는 길에 꼭 거쳐야 하는 코스야. 찰리에게 헬렌 이모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잖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모를 보러 가는 찰리네 가족의 연례행사지.
It’s kind of a tradition, and my brother and my dad never want to go that much, but they know not to say anything because of Mom and me.
일종의 전통 같은 건데, 사실 형이랑 아빠는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하지만 엄마랑 나 때문에 입을 꾹 다물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남자들은 묘소 방문 같은 감성적인 일에 좀 둔하잖아? 그래도 엄마랑 찰리가 이모를 얼마나 아끼는지 아니까 눈치껏 조용히 따라가는 거야. 집안의 실세는 역시 엄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지.
My sister is kind of neutral, but she is sensitive about certain things.
누나는 그냥 중간쯤인 것 같아. 그래도 특정 부분에서는 꽤 예민하게 굴기도 해.
누나는 이모 묘소 가는 걸 딱히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좋아하지도 않는 상태야. 근데 가끔 누나만의 그 묘한 예민함이 발동될 때가 있어. 가족들 사이에서도 참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라니까.
Every time we go to see my Aunt Helen’s grave, my mom and I like to talk about something really great about her.
헬렌 이모 묘소에 갈 때마다 엄마랑 나는 이모에 대한 정말 좋았던 기억들을 이야기하곤 해.
슬픈 장소지만 찰리랑 엄마는 이모를 웃으며 기억하려고 노력해. 이모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어떤 따뜻한 추억이 있는지 나누는 이 시간이야말로 찰리에겐 힐링 타임인 셈이야.
Most years it is about how she let me stay up and watch Saturday Night Live.
거의 매년 하는 이야긴데, 이모가 나 안 자게 해주고 같이 SNL을 봤던 일이야.
어릴 때 늦게까지 안 자고 어른들이 보는 프로 같이 보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알지? 헬렌 이모는 찰리에게 그런 '쿨한 일탈'을 허락해줬던 유일한 어른이었어. SNL 보며 낄낄대던 그 밤이 찰리에겐 평생 잊지 못할 훈장 같은 기억이야.
And my mom smiles because she knows if she was a kid, she would have wanted to stay up and watch, too.
엄마는 미소 지어. 자기도 어렸을 때라면 늦게까지 안 자고 같이 보고 싶었을 거라는 걸 아니까.
헬렌 이모가 찰리에게 SNL을 보게 해준 걸 두고 엄마도 같이 미소를 지어. 엄마도 그 시절의 소박한 일탈이 얼마나 달콤하고 소중했을지 이해하는 거지. 부모님도 한때는 다 잠들기 싫어하는 꼬마였을 테니까 말이야.
We both put down flowers and sometimes a card; we just want her to know that we miss her, and we think of her, and she was special.
우리 둘 다 꽃을 내려놓고 가끔은 카드도 둬. 이모가 정말 보고 싶고, 늘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다는 걸 이모가 알아줬으면 해서.
이모의 묘소 앞에서 엄마와 찰리가 하는 의식이야. 거창한 건 아니지만 꽃과 카드로 자신들의 그리움을 전하려 애쓰는 모습이 참 아련해. '특별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찰리의 진심을 다 말해주는 것 같아.
She didn’t get that enough when she was alive, my mom always says.
살아계실 땐 그런 말을 충분히 듣지 못하셨다고 엄마는 늘 말씀하시곤 해.
이게 참 슬픈 포인트야. 이모가 살아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한다고, 특별하다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엄마의 뒤늦은 후회가 담겨 있어.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