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s Bill’s favorite book when he was my age. He said it was the kind of book you made your own.
선생님이 내 나이였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이래. 읽다 보면 마치 자기 책처럼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책이라고 하시더라고.
선생님의 인생 도서를 찰리에게 물려주셨네. '너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건 단순한 독서를 넘어서 주인공의 영혼과 일체화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는 예언 같아. 찰리도 홀든 콜필드처럼 세상에 대한 반항심이 생길지, 아니면 또 다른 위로를 얻을지 지켜보자고.
I read the first twenty pages. I don’t know how I feel about it just yet, but it does seem appropriate to this time.
일단 처음 스무 페이지 정도 읽어봤어. 아직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읽기엔 참 적절한 것 같아.
찰리의 독서 챌린지 시작! 겨우 스무 페이지 읽고 벌써 '적절하다'고 느끼는 걸 보니 찰리도 보통 감성파가 아냐. 친구들은 그랜드 캐니언에서 대자연을 즐기고 있는데, 찰리는 방구석에서 문학의 숲을 거닐고 있네. 뭐, 이것도 꽤 낭만적이지?
I hope Sam and Patrick call on my birthday. It would make me feel much better.
샘이랑 패트릭이 내 생일에 전화를 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기분이 훨씬 더 좋아질 텐데 말이야.
찰리의 소박한 생일 소망... 이브에 태어난 아이라 크리스마스에 묻히기 십상인데, 친구들의 전화 한 통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일 거야. 친구를 그리워하며 전화기만 뚫어지게 쳐다볼 찰리의 뒷모습이 그려져서 왠지 짠하네.
Love always, Charlie
늘 사랑을 담아, 찰리가.
찰리가 편지를 마무리할 때 항상 쓰는 전매특허 인사말이야. 15살 소년의 다정함과 수줍은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표현이지.
December 25, 1991
1991년 12월 25일.
드디어 크리스마스 당일이야! 하지만 찰리는 지금 신나게 파티를 즐기는 게 아니라, 오하이오 친척 집 침대 위에서 복잡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
Dear friend, I am sitting in my dad’s old bedroom in Ohio. The family is still downstairs.
친애하는 친구에게, 난 지금 오하이오에 있는 아빠의 옛날 방에 앉아 있어. 가족들은 아직 다들 아래층에 있고 말이야.
왁자지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피해 아빠가 어릴 때 쓰던 방으로 도망친 찰리야. 낡은 가구와 아빠의 추억이 깃든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거지.
I really don’t feel very well. I don’t know what’s wrong with me, but I’m starting to get scared.
몸도 마음도 정말 별로야. 나한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해.
찰리의 멘탈에 경고등이 켜졌어.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원인조차 모르니 공포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야. 평소보다 더 불안해 보이는 찰리의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져.
I wish we were going back home tonight, but we always sleep over.
오늘 밤 당장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우린 늘 여기서 자고 가거든.
익숙한 내 침대가 간절한 찰리의 마음이야. 하지만 가족 전통(?)상 친척 집에서 하룻밤 묵어야 하니, 찰리에겐 이 밤이 유독 길게 느껴질 거야.
I don’t want to tell my mom about it because it would just make her worry.
엄마한테는 이 얘길 하고 싶지 않아. 괜히 걱정만 끼쳐드릴 게 뻔하니까.
자기 힘든 와중에도 엄마 마음부터 챙기는 효자 찰리... 마음이 너무 깊어서 오히려 혼자 끙끙 앓는 모습이 참 안쓰러워.
I would tell Sam and Patrick, but they didn’t call yesterday. And we left this morning after we opened presents.
샘이랑 패트릭한테 말하고 싶지만, 걔들은 어제 전화를 안 했어. 게다가 우린 오늘 아침에 선물만 열어보고 바로 여기로 왔거든.
찰리는 지금 고립된 기분이야. 가장 의지하는 친구들은 전화를 안 하고, 가족들은 친척 집으로 이동하느라 정신없고. 혼자만 이 불안함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지.
Maybe they called this afternoon. I hope they didn’t call this afternoon because I wasn’t there.
아마 오늘 오후에 전화를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없었을 때 전화한 거라면 차라리 안 한 거였으면 좋겠어.
엇갈린 타이밍에 대한 찰리의 복잡한 심정이야. 친구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서도, 하필 내가 없을 때 전화해서 기회를 놓친 거라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는 거지. 전형적인 찐우정의 번민이지.
I hope it’s okay that I’m telling you this. I just don’t know what else to do.
너한테 이런 얘길 털어놓는 게 실례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난 지금 이것 말고는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야. 유일한 탈출구가 이 편지뿐이라, 혹시나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