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often English glorifies the human—we are whos, other animals are thats—but English puts us beneath the stars, at least.
영어는 인간을 찬미하는 경우가 참 많다. 우리는 '누구(who)'라 불리지만 다른 동물들은 '그것(that)'이라 불린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는 우리를 별들 아래에 놓아준다.
영어가 은근히 인간 편애가 심해. 사람한테는 격식 있게 '누구'라고 해주면서, 댕댕이나 냥이한테는 '저거'라고 하는 언어적 차별을 꼬집고 있어. 그래도 별 앞에서는 우리 모두 '아래' 있는 평등한 존재로 묘사해주니 그나마 영어가 양심은 있네.
Eventually, a she showed up. “What’s past is prologue.” WILLIAM SHAKESPEARE
마침내, 한 '그녀'가 나타났다. “과거는 서막일 뿐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데이비스의 일기에 드디어 '그녀(에이자)'가 등판했어! 셰익스피어 형님의 템페스트 명대사를 인용해서, 지금까지의 일들은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설렘 가득한 복선을 깔고 있지.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거야!
Seeing your past—or a person from your past—can for me at least be physically painful.
과거를 마주하는 것, 혹은 과거로부터 온 누군가를 마주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육체적인 고통이 될 수 있다.
데이비스에게 과거는 그냥 추억이 아니라 진짜 아픈 거래. 옛날 생각만 하면 두통이 오거나 속이 쓰리는 거지. 특히 아빠와의 기억이나 에이자와의 옛 추억들이 데이비스에게는 마주하기 힘든 상처로 남아 있는 거야.
I’m overwhelmed by a melancholic ache—and I want the past back, no matter the cost.
나는 우울한 통증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과거를 되찾고 싶다.
우울함이 파도처럼 덮쳐오는데, 데이비스는 그 고통 속에서도 '그때가 좋았지' 하며 과거를 붙잡고 싶어 해. 아빠가 사라지기 전, 모든 게 완벽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만큼 간절한 거야.
It doesn’t matter that it won’t come back, that it never even actually existed as I remember it—I want it back.
그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내가 기억하는 대로 실제로 존재했던 적조차 없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저 그것을 되찾고 싶을 뿐이다.
데이비스의 그리움은 사실 좀 지독해. 자기가 기억하는 '행복했던 그때'가 사실은 뇌에서 추억 보정 필터를 풀가동해서 만든 가짜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 가짜 추억조차 다시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거지. 미련 곰탱이 같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고백이야.
I want things to be like they were, or like I remember them having been: Whole.
모든 것이 예전과 같기를, 혹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기를 원한다. 바로 모든 것이 온전했던 그때로.
데이비스의 소원은 소박하면서도 불가능해. 아빠가 사라지고 조각난 가족이 다시 'Whole(온전한)' 상태가 되는 것. 깨진 유리잔을 다시 붙여서 새것처럼 만들고 싶다는 그 불가능한 희망이 'Whole'이라는 단어 하나에 다 응축되어 있어.
But she doesn’t remind me of the past, for some reason. She feels present tense.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내게 과거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그녀는 현재 시제처럼 느껴진다.
데이비스 주변의 모든 게 아빠와 연결된 과거의 망령인데, 에이자(Aza)만은 예외래. 에이자를 보면 아픈 과거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게 된다는 거지. 이거 거의 '넌 나의 인공호흡기야'급의 로맨틱한 고백 아니냐? 에이자는 데이비스의 인간 현재진행형이야!
The next entry was posted late the night he’d given me the money, and more or less confirmed that the she was me.
다음 게시글은 그가 내게 돈을 주었던 그날 밤늦게 올라왔고, 그 '그녀'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거의 확실하게 확인해 주었다.
에이자가 데이비스의 블로그를 보다가 '유레카!'를 외치는 장면이야. 데이비스가 비밀스럽게 쓴 '그녀'가 바로 자기라는 걸 알아버렸거든. 돈 받은 날 밤에 바로 올라온 글이니 이건 뭐 증거가 확실하지. 짝사랑 상대의 싸이월드(너무 옛날인가?) 다이어리에서 내 얘기를 발견했을 때의 그 짜릿함!
“Awake, dear heart, awake. Thou hast slept well. Awake.”
“깨어나라, 사랑하는 이여, 깨어나라. 그대는 잘도 잤구나. 깨어나라.”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대사야. 잠들어 있는 누군가를 깨우는 다정한 목소리 같지만, 사실 데이비스는 이 구절을 통해 스스로를, 혹은 사랑하는 에이자를 흔들어 깨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제 그만 악몽 같은 현실에서 깨어나자'는 의미로 말이야.
WILLIAM SHAKESPEARE
윌리엄 셰익스피어
데이비스의 블로그는 셰익스피어 팬클럽 회장님 수준이야. 고전 인용구를 통해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아주 고급지게 표현하고 있지. 있어 보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있어 보이는 게 함정.
I wonder if I fucked it up. But if I hadn’t done it, I’d have wondered something else.
내가 일을 망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도,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궁금해했을 것이다.
돈으로 입막음하려던 자신의 행동(에이자에게 10만 달러를 준 일)을 후회하는 중이야.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싶다가도, '아냐, 안 그랬어도 어차피 후회했을걸?' 하며 자기 합리화와 자아 성찰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어. 인생은 원래 '했어도 후회, 안 했어도 후회'인 법이니까.
Life is a series of choices between wonders.
삶이란 궁금증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하는 과정이다.
데이비스의 인생 철학이 담긴 명문장이야. 여기서 'wonders'는 '경이로움'이라기보다 앞 문장과 연결되어 '궁금한 것들', 즉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나 호기심'을 뜻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이쪽 후회냐 저쪽 후회냐... 결국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그에 따르는 '만약에'라는 궁금증의 연속이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