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have you been?” “Not great.” “What’s going on?” she asked.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그다지 좋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는 거니?” 그녀가 물었다.
상담의 시작은 언제나 평범한 질문으로 시작되지. 하지만 에이자는 빈말이라도 'Good'이라고 하지 않아. 박사님도 그 짧은 대답에서 에이자의 무거운 마음을 바로 읽어내고 깊이 파고드시네.
In my peripheral vision, I could see her legs crossed, black short-heeled shoes, her foot tapping in the air.
곁눈질로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의 모습과 검은색 낮은 굽 구두, 그리고 허공에서 까닥거리는 그녀의 발이 보였다.
에이자는 눈은 그림에 고정하고 있지만, 신경은 온통 박사님에게 쏠려 있어. 박사님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마치 레이더처럼 포착하고 있는 거지. 그 '까닥거리는 발'이 에이자의 마음을 더 간질이는 것 같아.
“There’s this boy,” I said. “And?” “I don’t know.
“어떤 남자애가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서?” “모르겠어요.”
드디어 데이비스 이야기를 꺼냈어! 근데 'And?' 한 마디에 바로 'I don't know'로 도망가는 거 봐.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그 마음을 정의하는 게 에이자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숙제거든.
He’s cute and smart and I like him, but I’m not getting any better, and I just feel like if this can’t make me happy, then what can?”
그는 귀엽고 똑똑하며 나도 그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일조차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에이자가 데이비스라는 멋진 애를 만나면서도 정작 자기 마음의 병은 나아지질 않으니까 깊은 회의감에 빠진 거야. 남들은 연애하면 세상이 핑크빛이라는데, 에이자에겐 그저 '나아지지 않는 상태'일 뿐이라니 참 안습이지.
“I don’t know. What can?” I groaned. “That’s such a psychiatrist move.”
“모르겠어요. 무엇이 그럴 수 있을까요?” 나는 신음 섞인 소리를 냈다. “그건 정말 정신과 의사다운 수법이네요.”
싱 박사님이 에이자의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주자 에이자가 툴툴거리는 장면이야. 상담사들 특유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기' 기술에 걸려든 에이자의 짜증이 섞인 반응이지.
“Point taken. A change in personal circumstances, even a positive one, can trigger anxiety.
“알았다. 긍정적인 변화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는 불안을 유발할 수 있지.
박사님이 에이자의 비아냥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전문 지식을 방출 중이야. 좋은 일이 생겨도 우리 뇌는 그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서 불안해할 수 있다는 아주 위로가 안 되는(?) 진실을 말해주고 있어.
So it wouldn’t be uncommon to feel anxious as you develop a new relationship. Where are you with the intrusive thoughts?”
그러니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불안을 느끼는 게 드문 일은 아니란다. 침투적 사고는 요즘 좀 어떠니?”
박사님이 에이자의 불안을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정상화해주고 있어. 그러면서도 에이자의 고질병인 '침투적 사고(원치 않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것)'에 대해 넌지시 체크하며 본론으로 들어가는 거지.
“Well, yesterday I was making out with him and had to stop everything because I couldn’t stop thinking about how gross it was, so not great.”
“음, 어제 걔랑 키스를 하다가 모든 걸 멈춰야 했어요. 그게 얼마나 역겨운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별로 좋지 않았죠.”
에이자가 왜 상태가 'Not great'인지 구체적으로 털어놓는 순간이야. 키스라는 로맨틱한 상황을 '역겨움'으로 인식해버리는 자신의 뇌 구조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지 솔직하게 말하고 있어. 듣는 사람도 안타까울 지경이지.
“About how gross what was?” “Just how his tongue has its own particular microbiome
“무엇이 역겹다는 말이니?” “그냥 걔 혀에 그 애만의 고유한 미생물 생태계가 있다는 거요.
박사님은 에이자가 말하는 '역겨움'의 실체가 뭔지 정확히 파고들어. 그러자 에이자는 키스의 로망을 와장창 깨버리는 '혀 미생물' 이야기를 꺼내지. 이과 감성 폭발하는 대목이야.
and once he sticks his tongue in my mouth his bacteria become part of my microbiome for literally the rest of my life.
그리고 걔가 내 입에 혀를 넣는 순간, 걔의 박테리아가 말 그대로 내 남은 평생 동안 내 미생물 생태계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요.
키스를 '세균 교환식'으로 정의하는 에이자의 기적의 논리야. 로맨스는 온데간데없고 영구적인 감염에 대한 공포만 남았어. '평생' 간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는 거지.
Like, his tongue will sort of always be in my mouth until I’m dead, and then his tongue microbes will eat my corpse.”
마치 내가 죽을 때까지 걔 혀가 내 입속에 계속 있는 것 같은 거죠. 그러고 나면 걔 혀의 미생물들이 내 시체를 먹어 치우겠죠.”
에이자의 상상력이 막장을 향해 달려가. 키스 한 번에 죽어서 시체가 썩는 과정까지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니, 이 정도면 상상력 대장이지. 근데 그 상상이 본인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문제야.
“And that made you want to stop kissing him.” “Well, yeah,” I said.
“그래서 그 생각 때문에 그와 키스하는 것을 멈추고 싶어진 것이로구나.” “뭐, 네.” 내가 말했다.
에이자의 머릿속을 맴도는 세균 걱정이 결국 달콤한 키스 타임을 박살 냈다는 걸 싱 박사님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어. 로맨스가 순식간에 다큐멘터리로 변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