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rite poetry?” “Not really. Nothing good.” “Like what?” I asked.
“너 시 써?” “그냥 좀. 잘 쓴 건 없어.” “예를 들면 어떤 거?” 내가 물었다.
데이비스가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이자!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나 봐. 데이비스는 쑥스러운지 '그냥 뭐 별거 아냐' 하며 발을 빼고 있지만, 에이자는 놓칠 기세가 아니야. 원래 이런 겸손한 애들이 명작 하나씩 숨겨두는 법이거든.
It was so much easier to talk to him in the dark, looking at the same sky instead of at each other.
서로의 얼굴 대신 똑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서 그와 대화하는 편이 훨씬 쉬웠다.
에이자에게는 어둠이 오히려 방패가 되어주나 봐. 눈을 맞추면 느껴질 어색함이나 자기 안의 강박 대신, 광활한 우주를 함께 보며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이 시간이 훨씬 편안하다는 거지. 몸은 보이지 않아도 마음은 더 깊게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It felt like we didn’t have bodies, like we were just voices talking.
우리에게 몸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대화하는 목소리들만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서 얼굴도 안 보고 대화하니까, 내가 인간인지 아니면 그냥 공중에 떠다니는 스피커인지 헷갈리는 몽환적인 순간이야. 육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영혼끼리 블루투스 연결된 느낌이랄까?
“If I ever write something I’m proud of, I’ll let you read it.”
“언젠가 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시를 쓰게 된다면, 네게 보여줄게.”
데이비스가 자기 시가 부끄러워서 꽁꽁 숨기다가, 나중에 진짜 잘 쓴 거 나오면 그때 슬쩍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이야. 이거 완전 '나중에 성공해서 연락할게' 같은 밀당 멘트 아냐?
“I like bad poetry,” I said. “Please don’t make me share my dumb poems with you. Reading someone’s poetry is like seeing them naked.”
“나는 서툰 시가 좋아.” 내가 말했다. “제발 내 멍청한 시들을 네게 보여달라고 하지 마. 누군가의 시를 읽는 건 그 사람의 알몸을 보는 것과 같으니까.”
에이자는 완벽하지 않은 시가 더 진솔해서 좋다고 데이비스를 격려하는데, 데이비스는 '시를 보여주는 건 알몸을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다'며 극렬하게 거부하고 있어. 아니, 시 한 편 읽겠다는데 갑자기 '19금' 비유가 나오다니, 데이비스 너 시 쓰는 게 그렇게 부끄러웠니?
“So I’m basically saying I want to see you naked,” I said. “They’re just stupid little things.”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알몸을 보고 싶다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건 그냥 멍청하고 사소한 것들일 뿐이야.”
에이자가 데이비스의 '알몸' 비유를 덥석 물어서 농담으로 받아치고 있어. "그래? 그럼 네 알몸 좀 보자!" 하고 장난치니까, 데이비스는 당황해서 "에이, 내 시는 그냥 별거 아냐~"라고 말을 돌리는 중이지. 분위기가 갑자기 야릇(?)해졌는데?
“I want to hear one.” “Okay, like, last year I wrote one called ‘Last Ducks of Autumn.’”
“한 편 들려줘.” “그래, 그러니까, 작년에 ‘가을의 마지막 오리들’이라는 제목으로 쓴 시가 하나 있어.”
에이자가 알몸 드립(?)으로 데이비스를 당황시킨 후, 분위기를 바꿔서 진짜로 시를 들려달라고 졸라. 데이비스는 쑥스러운지 '작년'에 썼다며 밑밥을 깔고는 쓸쓸한 감성 터지는 제목의 시를 소개하고 있어.
“And it goes... The leaves are gone I you should be, too I
“내용은 이래... 나뭇잎들은 사라졌으니, 너도 마땅히 떠나야 해.”
데이비스가 드디어 시를 읊기 시작했어. 나뭇잎이 다 떨어진 가을 풍경을 보면서,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제 너도 갈 때가 됐어'라고 말하는 이별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네.
I’d be gone if I were you I but then again, here I am I walking alone I in the frigid dawn.”
내가 너였다면 이미 떠났겠지만, 하지만 또 한편으로, 나는 여기 차가운 새벽녘에 홀로 걷고 있구나.”
시의 뒷부분이야. 상대방에게 떠나라고 해놓고 정작 본인은 추운 새벽에 혼자 남아서 걷고 있다는 반전을 보여줘. 데이비스의 외롭고 복잡한 마음이 '차가운 새벽'이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I quite like that,” I said. “I like short poems with weird rhyme schemes, because that’s what life is like.”
“그거 꽤 맘에 들어.” 내가 말했다. “나는 운율 체계가 묘한 짧은 시가 좋아. 인생이 딱 그렇거든.”
데이비스의 시를 들은 에이자의 솔직한 감상평이야. 완벽하게 딱딱 맞는 시보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게 더 인생의 본질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에이자의 깊은 속내가 드러나네. 역시 우리 주인공은 평범한 칭찬은 안 한다니까!
“That’s what life is like?” I was trying to get his meaning. “Yeah. It rhymes, but not in the way you expect.”
“인생이 그렇다고?” 나는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 애썼다. “응. 운율이 맞긴 하지만, 네가 예상한 방식은 아니지.”
데이비스가 인생을 '이상한 운율의 시'에 비유하니까 에이자가 그 심오한 뜻을 캐내려고 해. 데이비스는 '인생도 시처럼 앞뒤가 맞긴 하는데, 꼭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뒤통수를 치며 맞아떨어진다'는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네. 역시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말도 참 고급지게 해!
I looked over at him. I suddenly wanted Davis badly enough that I no longer cared why I wanted him,
나는 그를 건너다보았다. 갑자기 데이비스를 간절히 원하게 된 나머지, 내가 왜 그를 원하는지조차 더는 상관없어졌다.
에이자가 데이비스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감정이 훅 들어왔어! 평소에는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할까?' 분석하고 따졌는데, 이제는 그런 이유 따윈 개나 줘버려도 될 만큼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 거야. 이성이 감정한테 항복 선언한 거나 다름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