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Yeah, we read it in AP.”
‘가장 선한 이들은 모든 신념을 잃고, 가장 악한 이들은 열정적인 강렬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부분 말이야.” “응, AP 수업에서 읽었어.”
데이비스가 인용한 시 구절이 압권이지. 착한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나쁜 놈들이 오히려 기세등등한 세상의 부조리를 말하고 있어. 에이자는 지적인 데이비스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대학 선이수 수업(AP)'에서 읽었다고 맞장구를 쳐.
“I think it’s actually worse to lack all conviction. Because then you just go along, you know? You’re just a bubble on the tide of empire.”
“나는 모든 신념을 잃는 것이 사실 더 나쁘다고 생각해. 그러면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되거든, 알지? 거대한 제국의 물결 위에 떠 있는 거품 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데이비스가 철학 모드에 들어갔어! 자기가 인용한 예이츠의 시에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중이야. 신념 없이 세상 흐름에만 무지성으로 따라가는 게 얼마나 허망한 건지 '제국의 물결 위 거품'이라는 고오급 비유를 써서 설명하고 있어.
“That’s a good line.” “Stole it from Robert Penn Warren,” he said. “My good lines are always stolen. I lack all conviction.”
“멋진 대사네.” “로버트 펜 워런에게서 훔친 거야.” 그가 말했다. “내 멋진 말들은 언제나 훔친 것들이지. 나는 모든 신념을 잃었거든.”
에이자가 데이비스의 말에 감탄하니까, 데이비스가 쑥스러운지 솔직하게 고백해. 사실 유명한 작가 말을 인용한 거였다고 말이지. 자기는 신념이 없어서 남의 말을 빌려 써야 한다며 셀프 디스를 시전하고 있어.
We drove across the river. Looking down, I could see Pirates Island.
우리는 강을 건너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해적 섬이 보였다.
차는 강을 건너 데이비스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어. 창밖으로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해적 섬'이 보이네. 소중했던 기억이 깃든 장소를 지나며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장면이야.
“Your mom gives a shit, you know? Most adults are just hollowed out.
“너희 어머니는 정말 너를 아끼시는 거야, 알지? 대부분의 어른은 그저 속이 텅 비어 있거든.”
데이비스가 에이자 엄마의 과잉보호를 긍정적으로 봐줘. 자기 주변의 공허한 어른들과는 달리, 에이자 엄마는 '진심 어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거지. 비속어 섞인 표현이지만 데이비스의 진심이 담겨 있어.
You watch them try to fill themselves up with booze or money or God or fame or whatever they worship,
어른들이 술이나 돈, 신 혹은 명성이나 그들이 숭배하는 그 무엇으로든 자신을 채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데이비스가 세상을 좀 아는 척하며 어른들의 공허함을 꼬집고 있어. 겉으로는 대단해 보여도 속은 텅 비어서 뭐라도 채워 넣으려고 발버둥 치는 어른들의 안쓰러운 뒷모습을 관찰하는 중이지.
and it all rots them from the inside until nothing is left but the money or booze or God they thought would save them.
그러면 그 모든 것들이 속에서부터 그들을 썩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 믿었던 돈이나 술 혹은 신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억지로 채워 넣은 것들이 결국 독이 되어서 사람을 안에서부터 썩게 만든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야. 결국 나 자신은 사라지고, 내가 집착했던 물건이나 신념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는 씁쓸한 결말이지.
That’s what my dad is like—he really disappeared a long time ago, which is maybe why it didn’t bother me much.
우리 아버지도 그런 부류다.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실종이 내게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데이비스가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왜 아버지가 사라졌는데도 자기가 무덤덤한지 이유를 말하고 있어. 이미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텅 빈 존재였기에, 물리적으로 사라진 게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는 아주 짠한 고백이야.
I wish he were here, but I’ve wished that for a long time. Adults think they’re wielding power, but really power is wielding them.”
아버지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바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것이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휘두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권력이 그들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곁에 있길 바라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데이비스. 그러면서 어른들이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힘에 휘둘리는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날카로운 통찰을 던지며 대화를 마무리해.
“The parasite believes itself to be the host,” I said. “Yeah,” he said. “Yeah.”
“기생충은 스스로를 숙주라고 믿지.” 내가 말했다. “그래.” 그가 말했다. “맞아.”
데이비스가 권력에 휘둘리는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하자, 에이자가 생물학적 비유를 들어 맞장구치는 장면이야. 권력이라는 기생충이 인간이라는 숙주를 잡아먹고는 자기가 주인인 척한다는 말에 데이비스도 깊이 공감하고 있어.
As we walked up to the Pickett house, I could see two place settings at one corner of Davis’s huge dining room table.
피켓 가의 저택으로 걸어 올라갔을 때, 데이비스의 거대한 다이닝룸 테이블 한쪽 귀퉁이에 차려진 두 사람분의 상차림이 보였다.
거대한 저택에 도착했는데, 그 넓은 테이블에 딱 두 명 분의 식기만 놓여 있는 걸 본 거야. 돈은 넘쳐나는데 사람은 없는, 데이비스의 외롭고 푕한 일상이 시각적으로 확 느껴지는 장면이지.
A candle flickered between the settings, and the first floor of the house was lit a soft gold.
상차림 사이에서 촛불 하나가 일렁였고, 저택의 1층은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로맨틱해졌어! 촛불이 흔들리고 집 안 전체가 따뜻한 금빛 조명으로 덮여 있대. 데이비스가 나름 분위기를 잡으려고 신경 좀 쓴 것 같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