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is going to kill you, someday, and you can’t know if this is the day.
언젠가 무언가가 당신을 죽일 것이고, 당신은 오늘이 바로 그날인지 알 수 없다.
이게 바로 에이자가 말한 '내가 옳았다'의 진정한 의미야. 세균이든 사고든 노화든, 결국 우린 다 죽잖아? 근데 그게 '오늘'일지 아닐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지. 철학적이면서도 지독하게 현실적인 공포야.
After a while, my head got heavy, and I sat down on the couch in front of the TV.
얼마 후 머리가 무거워졌고, 나는 TV 앞 소파에 주저앉았다.
비상약으로 먹은 신경안정제가 드디어 몸에 퍼지기 시작했어. 머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면서 몸이 소파로 스르르 빨려 들어가는 그 몽롱한 순간이지.
I didn’t really have the energy to turn it on, so I just stared at the blank screen.
그것을 켤 기운조차 없었기에, 나는 그저 텅 빈 화면을 응시했다.
약 기운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꺼진 TV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이나 멍하니 보고 있는, 그야말로 영혼 가출 상태야.
The oblong pill made me feel exceptionally groggy, but only from the bridge of my nose up.
그 타원형 알약은 나를 유난히 몽롱하게 만들었으나, 오직 콧등 위쪽으로만 그러했다.
약 효과가 되게 희한하게 나타나고 있어. 몸은 멀쩡한데 눈이랑 이마 쪽만 붕 떠 있는 것 같은, 기괴하면서도 몽롱한 약 기운의 묘사야.
My body felt like its standard self, broken and insufficient in the usual ways,
내 몸은 평소의 상태와 다름없게, 늘 그렇듯 망가지고 불충분하게 느껴졌다.
머리는 약 때문에 몽롱한데, 역설적으로 몸은 평소의 불안한 상태 그대로라는 거야. 에이자에게 '정상'이란 늘 어디가 고장 난 것 같은 불편한 상태거든.
but my brain felt sloppy and exhausted, like the noodle legs of a runner post-marathon.
하지만 내 뇌는 마라톤을 마친 주자의 흐물거리는 다리처럼, 엉망이 되고 지친 기분이었다.
정신이 너무 피로해서 아예 흐물거리는 국수 가닥처럼 되어버렸다는 비유야. 마라톤 42.195km를 뛴 것처럼 뇌가 탈진해 버린 거지.
Mom came home and plopped down next to me. “Long day,” she said.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피곤한 하루였어," 엄마가 말했다.
퇴근한 엄마가 소파에 앉아 있는 에이자 옆으로 와서 완전히 방전된 상태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야. 엄마의 피로함과 두 사람 사이의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I don’t mind students, Aza. It’s the parents that make my job hard.”
"학생들은 괜찮아, 에이자. 내 일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학부모들이야."
교사인 엄마가 학부모 상담이나 뒤처리 때문에 진이 다 빠진 모양이야.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선생님들을 진짜 힘들게 하는 건 아이들보다 어른들인 경우가 많나 봐.
“Sorry,” I said. “How was your day?” “Okay,” I said. “I don’t have a fever, do I?”
"미안해," 내가 말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괜찮아," 내가 말했다. "나 열은 없는 것 같지, 그치?"
엄마의 하소연을 듣고 위로하는 척하다가, 결국 자기 걱정(세균과 열)으로 대화의 흐름을 쓱 바꿔버리는 에이자의 모습이야. 강박증 환자의 대화 패턴이 아주 잘 드러나지.
She pressed the back of her hand to my forehead. “I don’t think so. Do you feel sick?”
엄마는 손등을 내 이마에 갖다 대었다. "열은 없는 것 같아. 어디 아프니?"
에이자의 걱정에 엄마가 본능적으로 손등을 이마에 대보는 장면이야. 엄마들에겐 전 세계 공통인 '인간 체온계' 기술이지. 걱정 가득한 엄마의 표정이 눈에 선해.
“Just tired, I think.” Mom turned on the TV, and I told her I was going to lie down and do some homework.
"그저 좀 피곤한 것 같아." 엄마는 TV를 켰고, 나는 누워서 숙제를 좀 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자가 엄마의 걱정을 피하려고 하얀 거짓말을 하며 자기 방으로 도망치는 장면이야. 머릿속은 온통 세균 걱정뿐인데 입으로는 숙제 핑계를 대고 있지.
I read my history textbook for a while, but my consciousness felt like a camera with a dirty lens, so I decided to text Davis.
나는 한동안 역사 교과서를 읽었지만, 나의 의식은 마치 렌즈가 더러운 카메라처럼 느껴졌기에 데이비스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숙제하려고 책을 폈는데, 강박적인 생각들이 안개처럼 머릿속을 덮고 있는 상황이야. 도저히 집중이 안 되니까 썸남 데이비스와의 문자로 도망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