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estion is not yet settled, whether madness is or is not the loftiest intelligence.”
“광기가 지고의 지성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에드거 앨런 포 형님의 비장한 명언 등판! 미친 게 사실은 엄청나게 똑똑한 상태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정신 질환을 낭만화하는 전형적인 문구지. 하지만 에이자처럼 진짜 고통받는 사람한텐 이 '지고의 지성' 따위보다 그냥 평범한 정신 상태가 훨씬 소중할 거야.
I guess she was trying to make me feel better, but I find mental disorders to be vastly overrated.
박사가 나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는 것은 알지만, 내가 보기에 정신 질환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싱 박사님이 에드거 앨런 포의 멋들어진 명언을 인용하며 위로해줬지만, 에이자는 시니컬하게 반응하고 있어. 정신병이 무슨 예술적 영감을 주는 '힙한' 병이라도 되는 양 낭만화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날리는 날카로운 일침이지.
Madness, in my admittedly limited experience, is accompanied by no superpowers;
광기에는, 내가 인정하건대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어떤 초능력도 따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정신 질환자는 보통 천재적인 영감을 얻거나 초능력을 발휘하잖아? 에이자는 자기 경험상 그딴 건 하나도 없고 그냥 고통뿐이라고 팩트를 날리고 있어. 아주 뼈가 시리다 못해 부서질 지경이지.
being mentally unwell doesn’t make you loftily intelligent any more than having the flu does.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이 당신을 고결하게 지적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독감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어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비유가 아주 찰져! 정신병을 독감(flu)에 비유했어. 독감 걸렸다고 해서 갑자기 아인슈타인이 되지는 않잖아? 콧물 흘리며 고생만 할 뿐이지. 마음의 병도 딱 그 정도의 질병일 뿐이라는 에이자의 냉소적인 일침이야.
So I know I should’ve been a brilliant detective or whatever, but in actuality I was one of the least observant people I’d ever met.
그러니 내가 훌륭한 탐정이나 그 비슷한 것이 되었어야 마땅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현실의 나는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관찰력이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에이자의 성이 '홈즈(Aza Holmes)'잖아? 셜록 홈즈처럼 예리한 탐정이 되어야 할 팔자인데, 정작 강박증 때문에 자기 머릿속 지옥 구경하느라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상황을 자학하고 있어. 이름값 못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한탄이지.
I was aware of absolutely nothing outside myself on the drive to Daisy’s apartment building and then to my house.
데이지의 아파트 건물로, 그리고 다시 우리 집으로 운전해 가는 동안 나는 나 자신 이외의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에이자가 지금 완전히 '자기만의 좁은 감옥'에 갇혀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 풍경이고 신호고 하나도 안 보이고 오직 머릿속 걱정만 풀가동 중인 거지. 무사히 집에 온 게 조상님이 도운 수준이야.
I went to the bathroom when I got home and examined the cut. The swelling seemed down. Maybe.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상처 부위를 살폈다. 부기가 가라앉은 것 같았다. 어쩌면.
집에 오자마자 신발도 안 벗고 화장실로 직행했어. 다시 시작된 '에이자 현미경' 모드야. '오, 좀 나았나?' 싶다가도 바로 의심의 싹이 자라나는 에이자만의 희망 고문 패턴이지.
Maybe the light in the bathroom just wasn’t strong enough for me to see clearly.
어쩌면 화장실 조명이 내가 명확하게 확인하기에 충분히 밝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신호(부기가 빠진 것 같음)를 절대 그냥 안 넘겨. '불빛이 구려서 내가 못 본 건가?'라며 어떻게든 부정적인 가능성을 억지로 찾아내는 거지. 이쯤 되면 에이자의 뇌는 세상에서 제일 꼼꼼한 악마 변호사 같아.
I cleaned it with soap and water, patted it dry, applied hand sanitizer, and then rebandaged my finger.
나는 비누와 물로 상처를 씻어내고, 톡톡 두드려 물기를 말린 뒤 손 세정제를 발랐고, 그러고 나서 다시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였다.
에이자의 성스러운(?) 소독 의식이 시작됐어. 씻고, 말리고, 바르고, 붙이고. 이 4단계 루틴을 마쳐야 비로소 짧은 안식이 찾아오거든. 근데 우리 모두 알지? 이 안식은 유통기한이 요구르트보다 짧다는 걸.
I also took my regular medication, and then a few minutes later an oblong white pill I’d been told to use when panicky.
나는 정기적으로 먹는 약도 복용했고, 몇 분 뒤에는 공황 상태일 때 먹으라고 들었던 타원형의 흰 알약도 먹었다.
에이자가 드디어 '비상 버튼'을 눌렀어. 평소에 먹는 약으로는 안 되니까, 진짜 위급할 때만 쓰라는 비상약까지 꺼낸 거지. '타원형의 흰 알약'이라는 묘사가 약물에 대한 에이자의 무감각하면서도 의존적인 태도를 보여줘.
I let the pill melt on my tongue into a vague sweetness and waited for it to kick in.
나는 알약이 혀 위에서 희미한 단맛으로 녹아들게 두었고, 약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약을 물로 삼키지 않고 혀 위에서 녹여 먹는 장면이야. 신경안정제 특유의 그 묘한 단맛까지 느끼며 약효가 퍼지길 기다리는 에이자의 모습이 왠지 처연하면서도 익숙해 보여.
I felt certain something was going to kill me, and of course I was right:
나는 무언가가 나를 죽일 것이라고 확신했고, 물론 내 생각은 옳았다.
와, 이 문장 소름 돋지 않아? 강박증 환자의 망상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가 옳았다'며 훅 들어오잖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인간의 필멸성이라는 진리를 꿰뚫어 본 통찰이었다는 반전이야.